[현해남의 월요논단] 제초제는 풀도, 미생물도, 사람도 죽인다

[현해남의 월요논단] 제초제는 풀도, 미생물도, 사람도 죽인다
  • 입력 : 2024. 01.15(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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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초제는 잡초를 죽이는 농약이다. 잡초만 아니라 흙 속의 미생물도 죽인다. 살포하는 농부도 죽일 수 있다. 제주에는 제초제를 사용하는 감귤원이 너무나 많다.

전 세계에 제초제를 사용하는 청경재배 과수원은 없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안다. 잡초가 없는 사과 과수원은 없다. 배 과수원도 없다. 복숭아 과수원도 볼 수 없다. 과수원은 초생재배가 당연하다. 과수원에 잡초가 없어지면 득보다 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에 영국에 제주 감귤을 수출할 때이다. 제주를 방문한 영국의 감귤 수입 담당자가 청경재배 감귤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잡초 없는 감귤원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감귤 나무 밑에는 잡초를 키운다.

제초제를 치면 미생물이 죽느냐고 물어보는 농가가 많다. 농약은 모두 토양 미생물에 해롭다. 살균제는 제초제보다 미생물을 더 잘 죽인다. 그러나 제초제는 미생물을 직접 죽일 뿐만 아니라 잡초를 죽여 미생물의 먹이까지 없애 굶겨서 완전히 죽인다.

미생물은 질소와 탄소(탄수화물)를 주식으로 먹는다. 질소는 토양에서 빨아먹는다. 탄수화물은 잎이 주는 것을 먹는다. 미생물이 가장 좋아하는 탄수화물은 잎이 광합성으로 만들어서 체관을 통해 뿌리로 주는 탄수화물이다. 그래서 미생물은 뿌리에 가까울수록 많다. 뿌리가 없으면 굶어 죽는다.

뿌리에 붙어서 공생하는 미생물이 근균(根菌)이다. 뿌리에 붙어 균사를 내놓고 마치 뿌리털이 연장된 것처럼 양분을 흡수해서 뿌리에 전달한다. 양분을 받아먹은 뿌리는 그 대가로 뿌리에 탄수화물을 공급한다. 그래서 뿌리와 미생물은 공생한다.

미생물이 많으면 흙도 좋아지고 과일 품질이 좋아진다. 반대로 미생물이 없으면 과일 품질이 낮아진다. 과학적으로 토양의 건전성을 미생물의 숫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토양 미생물이 많으면 건강한 토양으로 평가한다. 미생물이 적은 토양에서 좋은 과일을 기대할 수 없다.

제초제는 풀을 죽이는 농약이다. 살충제는 해충을 죽인다. 살균제는 병균을 죽인다. 풀, 해충, 병균 중에 사람과 비슷한 기작으로 죽이는 것은 살충제이다. 그래서 살충제 독성이 가장 높다.

살충제를 잘못 먹었을 때 빨리 위세척하면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제초제를 잘못 먹으면 절대로 살릴 수 없다. 먹자마자 입에서부터 흡수되기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살충제는 피부에 묻어도 물로 씻으면 씻겨 나간다. 제초제는 피부에 묻자마자 몸 안으로 흡수된다. 감귤원에 제초제를 사용하면 내 몸에도 제초제를 뿌리면서 피부로 먹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잡초가 있는 감귤원을 보고 게으른 농부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잡초 있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감귤 농가도 있다. 제초제가 잡초뿐만 아니라 토양 미생물을 죽여 과일 품질을 낮추고 나도 조금씩 죽인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한 생각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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