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선거법 위반 오영훈 지사 벌금 90만원… 지사직 유지

[종합] 선거법 위반 오영훈 지사 벌금 90만원… 지사직 유지
재판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일부만 유죄 인정 대부분 무죄
재판부 "협약식, 지지선언 불법 맞지만 지사 개입 증거 없어"
함께 기소된 공직자 2명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시 신분 박탈
  • 입력 : 2024. 01.22(월) 16:36  수정 : 2024. 01. 23(화) 14:41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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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직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훈 제주지사가 1심에서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당선 무효 위기에서 한발짝 벗어났다. 반면 오 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은 나머지 공직자들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공무원 신분을 박탈 당한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판사)는 22일 오 지사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오 지사는 정모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과 김모 대외협력특보, 도내 비영리법인 대표 A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와 공모해 지난 2022년 5월 16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하고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는 오 지사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또 오 지사는 당내 경선에 대비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4월 도내 단체들의 지지선언을 기획하는 등 불법 경선운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재판부는 상장기업 협약식과 대부분의 지지선언을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정하면서도 오 지사가 직접 개입한 증거가 없고, 위법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가 미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악식에 대해선 "참여 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하거나 서로 협력할 목적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오 지사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동원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또 협약식 초점도 오 지사의 선거 공약을 알리고 실현 가능성을 홍보하는데 맞춰져 있었다"고 했다.

협약식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오 지사의 공약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 과정에 가담한 피고인들은 모두 유죄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오 지사가 협약식 개최를 직접 지시하거나 사전에 캠프 참모진으로부터 미리 보고 받은 증거가 없고, 행사 당일 날에서야 공약 홍보 목적으로 협약식이 치러진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필적 고의'만 인정했다.

22일 1심 선고 직후 제주지방법원을 나오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국기자

재판부는 "오 지사는 (협약식 당일이 돼서야) 명목과 달리 자신의 공약 홍보를 위해 행사가 준비됐다고 짐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 위법성 인식이 강했다고 보여지지 않고, 협약식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A씨가 당시 협약식 컨설팅 명목으로 B씨에게 지급한 법인 자금 548만여원이 선거운동 목적으로 쓰여 오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A씨가 불법 정치자금을 오 지사에게 기부한 것은 맞지만, 오 지사가 개입한 증거는 없다"며 A씨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지선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제주대학교 교수 지지선언을 제외한 어린이집 보육교사·121개 직능단체·2030청년세대 등 4개 단체 지지선언에 대해 자발적 지지가 아닌 캠프 주도로 이뤄져 불법 경선운동에 해당한다면서도 오 지사가 개입한 증거가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오 지사는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지사 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나머지 공직자는 그렇지 않다.

재판부는 정 본부장과 김 특보의 주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이들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을 선고했다.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아 확정되면 자동 면직된다.

또 협약식을 주도한 비영리법인 대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에게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548만여원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오 지사는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일부 유죄에 대해서는 앞으로 변호인단과 긴밀히 협의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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