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에서 꽁꽁 얼어붙은 도로로 인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지역에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닥치며서 눈길 사고가 잇따르고 하늘길과 바닷길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23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와 중산간에 대설 경보가, 나머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제주 전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지형적 영향을 받는 산간에는 많은 양의 눈이 쏟아졌다.
21일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사제비에 34.4㎝의 눈이 내린 것을 비롯해 어리목 33.0㎝, 삼각봉 23.2㎝, 한라생태숲 16.4㎝의 적설량을 각각 기록했다.
나머지 해안가 지역에도 5㎝ 안팎의 눈이 내렸다. 지점별 적설량은 제주 1.7㎝, 성산 3.2㎝, 표선 5.3㎝, 안덕화순 3.1㎝, 중문 3.8㎝, 한림 1.4㎝, 대흘 1.2㎝ 등이다.
웬만해선 영하권으로 내려가지 않는 제주지만 이번에 엄습한 강추위는 수은주를 영하권으로 끌어내렸다. 이날 최저기온은 제주 -1℃, 서귀포 -1.8℃, 성산 -1.6℃, 서귀포 -1.8℃ 등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을 맴돌았다.
특히 강한 바람이 더 해지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이날 지점별 일 최저체감온도는 제주 -8.3℃, 서귀포 -6.3℃, 성산 -7.3℃, 고산 -10.5℃를 기록했다.
폭설이 내린 일부 산간 도로는 마비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1100도로와 5·16도로, 비자림로(명도암입구~대천교차로)에서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제1산록도로와 명림로에서는 월동장구를 갖춘 대형 차량에 한해 운행할 수 있었다. 남조로에서는 소형 차량 운행이 통제됐으며, 제2산록도로(광평교차로~솔오름전망대)에서 소형 차량은 바퀴에 체인을 차야 운행이 가능했다. 첨단로(동생교차로~첨단과학단지)에서는 모든 차량이 체인을 장착해야 운행할 수 있었다.
주요 도심에서는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반복하며 교통 혼잡이 이어졌고, 아침 출근시간대 버스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2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항공편 운항도 이틀째 차질을 빚으면서 제주공항에는 대체편을 구하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운항 예정이던 제주기점 항공편 453편 중 오후 5시 기준 425편이 결항하고 15편이 지연 운항했다. 앞서 전날에는 제주기점 항공편 451편 중 19편이 결항하고 104편이 지연 운항했다.
바닷길의 경우 이날 내려진 풍랑특보로 제주와 우수영, 진도, 삼천포, 완도, 여수 등 타 지역을 잇는 대부분 여객선이 결항했고, 제주와 가파도, 마라도 등 부속섬을 잇는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눈길 사고도 속출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3분쯤 제주시 노형동에서 행인이 눈길에 미끄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날 오전 8시58분과 오전 오전 10시11분에는 제주시 용담1동과 제주시 조천읍에서 각각 눈길 미끄러짐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일어나 운전자 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눈길에 차량이 고립돼 운전자가 구조되거나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는 등 이날 오후 5시까지 22건의 구조·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기상청은 "24일 오전까지 제주에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겠으며, 중산간 이상에는 25일 오전까지 눈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교통과 해상교통 운항에도 차질이 있겠으니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정보를 확인하고, 도민들은 차량 고립 등의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