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아닌데 조제? …제주 서귀포의료원 약사법 위반 의혹

약사 아닌데 조제? …제주 서귀포의료원 약사법 위반 의혹
의사·약사 즉각적 지도·감독 없이 보조원에 의한 조제 못해
약사법 위반 의혹에 응급실 원내 처방 중단 논의했다가 철회
  • 입력 : 2024. 02.07(수) 00:54  수정 : 2024. 02. 07(수) 15:16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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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전경.

[한라일보] 제주자치도 서귀포의료원이 주말 특정 시간대에 응급실 처방 약 조제를 약사가 아닌 약무보조원에게 맡겨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의료원 측은 약사법 위반 논란이 일자 응급실 환자들에 대한 원내 처방(처방 약을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는 방안은 논의했다가 이런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귀포의료원(이하 의료원)은 지난 5일 간부회의에서 오는 9일부터 응급실 원내 처방을 무기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하루 뒤인 6일 오후 진료부와 간호부가 참석한 회의 끝에 이같은 방안을 철회했다.

이번 논의는 의료원에 소속된 약무보조원의 업무 범위가 약사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약무보조원은 약사 업무를 보조하는 자로,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의료계 내에선 통용되는 직종이다. 대다수 약국이나 중·소규모 병원은 약무보조원을 채용해 약사 업무를 보조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원도 약무보조원 8명을 두고 있으며, 전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약은 의사 처방에 따라 약사만 조제할 수 있고, 약무보조원은 임의대로 약제를 소분(작게 나누는 것)하는 행위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약무보조원의 약 조제 보조 행위가 약사의 철저한 지도·감독 아래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면 이를 허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의사도 약을 조제할 수 있다. 약사법은 약국이 없는 지역 또는 재해 구호 목적, 응급·입원 환자 치료 목적, 주사제 주사 목적의 약제에 대해선 의사도 조제할 수 있게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대법원은 이런 예외 범위 안에서 의사가 즉각적으로 지도·감독한다는 조건 아래 간호사·간호조무사의 기계적인 약 조제 보조 행위를 인정하는 판례를 확립했다.

현재 의료원은 주간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토·일 주말 낮 시간대에 약무보조원에게 사실상 응급실 처방 약 조제를 맡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의료원 소속 약사는 주간 1명, 야간 2명 등 총 3명으로 주간 약사는 평일에만 근무한다. 주말 낮 시간대엔 약사가 없으니 당연히 약무보조원의 조제 보조 행위에 대한 지도·감독도 불가능 할 수 밖에 없다.

의료원은 입원·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의사가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약사가 없더라도 의사를 통해 지도·감독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구조였다.

의료원 소속 약무보조원이 응급실이 아닌 약제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의사의 지도·감독이 가능한지를 살필 때 약제 조제 행위가 어디서 이뤄졌는지를 따진다. 의사가 바로 곁에서 지도·감독해야 간호사 등의 약 조제 보조 행위를 허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주말 낮 시간 대에는 약사가 없으니 약사법 위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응급실 환자에 대한 원내 처방 자체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의료원 주변 약국은 주말에 문을 닫고, 주말 운영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한 곳만 이틀 중 하루만 가능하다고 해 논의 끝에 애초 방안은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주간 약사가 쉬는 날엔 간호사 자격을 갖춘 약무보조원이 응급실에 상주하며 의사 감독 아래 약을 조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보건당국은 의료원 측의 약사법 위반 논란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앞으로 의료원을 상대로 약 조제 실태를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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