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고 항암제로 완치되는 암들이 있다. 악성림프종들 중 호지킨(Hodgkin) 림프종과 소아의 표준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고환, 난소 또는 기타 부위에 발생하는 생식세포암(정상피종과 비정상피종)이 항암치료만으로도 90% 이상 완치되는 암들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급성백혈병들과 일부 악성림프종들 역시 항암치료만으로 완치가 되지만 완치율이 훨씬 낮다. 혈액종양내과 의사로 맺어진 인연들 중 만나면 항상 반갑고, 자식같은 젊은이들을 소개한다.
13년 전 20대 중반의 여성이 목에 커진 림프선을 조직 검사해서 호지킨림프종으로 확진되었다. 불소 동위원소(18F)가 분자 구조에 포함된 포도당(fluorodeoxyglucose, FDG)을 정맥으로 주사해서 얻은 양성자방출토모그라피(PET) 영상에 목과 겨드랑이, 가슴 속 기도와 심장 가까이에 방사능을 강하게 방출하는 림프절들이 발견되었다. 아드리아마이신, 블레오마이신, 빈블라스틴, 다카바진으로 구성된 항암화학치료(ABVD요법)를 2주마다 4회를 투여하고 촬영한 PET영상에 암 병소들이 거의 없이 보이지 않게 줄었고 FDG섭취도 거의 없어진 우수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항암치료를 4회 더하고 치료를 종결했다.
다른 환자는 20대 미남으로 2개월 전부터 축구를 하면 얼굴이 붓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서 촬영한 흉부X선 사진에 심장 윗부분에 큰 덩어리가 있었다. 상당한 크기의 덩어리가 흉골 뒤 심장 윗부분에 있는 굵은 혈관들까지 둘러싸고 있어서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전신마취 하에 흉강경을 이용해서 덩어리의 일부를 떼어내 병리검사를 한 결과 정상피종(seminoma)으로 보고되었지만 혈청의 알파태아단백(AFP) 농도가 높아서 고위험군의 비정상피종(nonseminoma)으로 결론을 내렸다. 항암치료에 의한 불임을 염려하여 치료를 시작하기 전 정자를 수집해서 냉동 보관해 놓았다. 블레오마이신, 에토포사이드, 시스플라틴를 투여하는 항암화학치료(BEP요법)를 1개월마다 4회를 투여한 다음 컴퓨터단층(CT)촬영 결과 암 병소가 모두 없어졌고, 혈청 AFP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두 환자 모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 자전거 선수 암스트롱도 20대에 뇌와 간까지 전이된 4기의 생식세포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뇌와 간에 암 병소들이 일부 남아서 수술로 이들을 제거하고,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이용한 고용량항암화학치료까지 받았다. 그리고 오랜동안 재발 없이 선수생활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암 환자들은 정확한 병리학적 진단과 암이 퍼져 있는 범위를 정밀하게 평가한 영상검사 결과들을 토대로 표준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 지난 세월 진료를 하면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한치화 제주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