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인사가 만사

[문만석의 한라칼럼] 인사가 만사
  • 입력 : 2024. 03.05(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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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자발적 단체이므로 정당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공천은 그 정당 고유의 권한이라 할 수 있다. 거대정당의 공천이 당선이라는 목표의 반을 거머쥐는 정치 현실에서 지역구 공천자는 무소불위의 검 하나를 지니고 선거에 나선다. 그러니 공천에서 배제된 출마자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릴 수밖에. 공천의 불공정성을 논하며 누군가는 몸담았던 당에 분노를 퍼부으며 탈당하고, 누군가는 정치적 이념이 다른 상대 정당으로 몸을 옮기고, 하물며 누군가는 항의의 표시로 분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정책을 구현하는 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는 한정된 자리에 대한 욕망도 자리한다. 욕망의 정체가 공직에 대한 헌신이든 자신의 권력 지향이든 한정된 자리는 갈등을 유발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람을 배치하는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적절한 사람을 등용하는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성향과 장단점을 지닌 고유한 존재이니,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고 배치하는 일은 미로를 헤매는 일이 된다. 조선의 계몽 군주인 정조는 인사의 기본을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한다'라고 했다. 덧붙여 정조는 '재주보다는 뜻을 더 중히 여겨 양단을 잡고 거기에서 중(中)을 택했다'라고 하였고, 공자는 '군자는 언변으로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때로는 요청하는 일보다 거절하는 일에 더 큰 예의가 필요하다. 냉정하면 원망을 사고 배려가 없으면 상처를 남긴다. 오리를 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리를 오리로는 대해야 한다. 마음을 다독이는 일은 자기 말을 줄이며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설령 뜻이 달라 기어이 갈라서더라도 예의는 상대의 마음에 싹트는 분노를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은 차치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양극단의 시대, 인사는 인사권자에게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세평에 오르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대들보감인지 기둥감인지 스스로 헤아려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직위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과 일을 망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 완장이 기회가 아니라 독이 되는 것은 완장의 무게를 견딜 자세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완장 자체가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완장 찬 사람의 내공에서 권위가 나오는 법이다. 이 정치의 계절, 언변과 재주보다 뜻을 중하게 여기고 양극단의 갈등을 조정하는 인사가 만사로 이어지며 선택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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