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왕벚꽃축제장인 제주시 전농로 벚나무에 꽃이 피지 않은 모습.
[한라일보] 제주의 봄을 알리는 벚꽃축제가 곳곳에서 시작됐지만, 축제의 주인공인 벚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겨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올봄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잦은 비날씨로 일조량이 줄어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축제를 찾은 도민들과 관광객들은 분홍빛을 띠지 조차 않은 나무에 아쉬워하면서도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는 등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전농로 벚꽃축제가 개막한 22일 나무에 꽃은 피지 않았지만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22일 제주시 전농로 일대. 길 가장자리를 따라 쭉 심어진 벚꽃나무에는 꽃봉오리만 살짝 맺혀있었다. 벚꽃이 일찍 개화한 나무도 있었지만, 대부분 겨울나무처럼 휑했다. 여느 때처럼 분홍빛 벚꽃이 반겨주지는 않았지만 가게마다 크게 울려펴지는 노랫소리는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해가 지면서 나무를 쭉 따라 걸린 청차초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자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도민과 관광객들은 청사초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또 행사 부스 주변에는 각종 먹을거리를 즐기는 사람들과, 마련된 무대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30대 A씨는 "지난주부터 계속 전농로길을 지나오며 나무를 봤는데 꽃망울이 하나도 맺히지 않아 있었다"며 "벚꽃 없는 벚꽃축제라서 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막상 와보니 음식과 볼거리가 많아 축제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축제를 방문한 20대 B씨는 "벚꽃이 없어서 아쉽긴 한데 그래도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며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산책시간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당초 제주에서는 21일 벚꽃이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주의 평년 개화일은 3월 25일이지만, 올해는 이보다 4일 빠르게 벚꽃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벚꽃 개화일은 제주기상청에 있는 벚나무 관측목 가지에 3송이 이상 꽃이 피어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기상청은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해져 벚꽃 개화가 늦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제주지역 일조시간은 84.9시간으로 평년 87.2시간보다 2.7시간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137.6시간보다는 52시간이나 줄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