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방큰돌고래 대정 바다서 잇단 폐사 "죽음의 바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대정 바다서 잇단 폐사 "죽음의 바다"
단일 구역서 13개월 새 새끼 6마리 죽어 학계 "전세계적으로 드문 일"
죽은 새끼 잇따라 발견된 대정 앞바다 선박 관광 성행 "폐사 원인 추정"
  • 입력 : 2024. 04.15(월) 11:26  수정 : 2024. 04. 17(수) 09:2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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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관광이 성행하는 서귀포시 대정읍 바다에서 1년 사이 폐사한 채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죽은 새끼가 바다에 가라 앉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인지, 모든 어미 남방큰돌고래들가 새끼를 등 또는 주둥위 위에 올려 놓고 유영하고 있다.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 제공

[한라일보]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 새끼 6마리가 선박 관광이 성행하는 서귀포시 대정읍 바다에서 1년 사이 잇따라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15일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와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5시53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바다에서 죽은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발견됐다. 오 감독이 찍은 영상을 보면 어미 남방큰돌고래는 갓 태어난 새끼를 주둥이 위에 올려 놓고 유영하고 있다. 바로 앞에는 어미와 새끼를 마치 호위하듯 남방큰돌고래 수 마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다. 그러나 어미의 필사적인 움직임에도 새끼 돌고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새끼 돌고래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김병엽 교수는 "어미는 새끼가 태어나면 호흡을 할 수 있게끔 본능적으로 주둥이로 새끼의 몸을 받쳐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새끼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아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면 어미는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데, 이 때 같은 무리들이 주변을 에워싸며 일종의 추모 의식을 치른다. 인간으로 따지면 장례식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13일 관찰된 어미도 새끼의 심장이 뛰지 않다는 것을 이미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죽었다는 걸 인지하고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주둥이에 새끼를 올려 놓고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처롭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정읍 바다에서는 불과 1년 사이 남방큰돌고래 새끼 6마리가 죽었다. 지난해 3월 4일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폐사한 새끼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그해 5월13일 신도리, 8월16일 무릉리, 올해 2월28일과 3월 4일 일과리와 신도리, 그리고 지난 13일 다시 일과리에서 죽은 새끼가 연이어 목격됐다.

김 교수는 죽은 새끼들이 태어난 지 하루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고, 발견 지역도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과리~신도리까지 약 7㎞ 구간에 집중된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단일 구역에서 1년 사이 이처럼 수많은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죽은 채 발견되는 건 전 세계적으로 매운 드문 일"이라며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남방큰돌고래 새끼들에겐 대정읍 바다가 죽음의 바다가 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정확한 폐사 원인을 단정할 수 없지만 대정읍 바다에서 성행하는 선박 관광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새끼를 품은 어미 돌고래가 관광 선박을 피하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아 사산(뱃 속에서 새끼가 죽는 것)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남방큰돌고래 주변 50m 이내로 선박의 접근을 자제하도록 한 해양수산부의 '선박관광 가이드'가 돌고래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3시쯤에는 낚시줄에 입이 걸린 또다른 남방큰돌고래도 발견됐다. 폐어구는 돌고래 생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앞서 지난해 11월1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도 폐어구에 몸이 걸려 수개월째 신음 속에서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가 새끼가 발견돼 현재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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