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귀동냥 농법보다 중요한 농사지식

[현해남의 월요논단] 귀동냥 농법보다 중요한 농사지식
  • 입력 : 2024. 04.29(월) 00:00  수정 : 2024. 04. 30(화) 08:58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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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작년은 모든 과일 가격이 올랐다. 덩달아 감귤도 가격이 좋았다. 감귤 농사를 잘 지었다기 보다는 다른 지역 경쟁 과일이 냉해와 장마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심해야 한다. 배는 냉해 없이 개화가 끝났다. 배는 풍년이 들 것이다. 사과도 큰 문제 없이 4월을 넘겼다. 작년처럼 "금사과", "금배" 덕분에 "금감귤"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올해는 품질 경쟁이 될 것이다.

농사지식 없이 품질을 높이는 것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조상을 잘 둔 덕도 있다. 산남지역은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당도가 높다. 가을 철 휀현상이 산남 감귤을 맛있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산암은 지식을 쌓아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귀를 열어 남의 말을 따르는 귀동냥 농법이 많다.

육지는 귀동냥을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앞, 뒷집, 주변 농가들의 재배 작물이 다르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하는 교육에 귀기울인다. 농사지식이 곧 생산량, 품질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일년 내내 교육을 진행시킨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강사를 초빙해서 교육을 진행한다.

전북은 20여년 전에 농업기술원과 별도의 농식품인력개발원을 개원하여 하루도 쉬지 않고 농업인 교육을 진행한다. 제주는 특별하게 교육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귀동냥 농법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좋은 강사를 초청하는 것도 관심이 없다. 재배작물이 감귤, 당근, 무, 마늘, 양배추 등 단순하고 감귤은 다른 지역에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재배작물은 단순하다.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려고 해도 아는 지식이 없으니 시작하기가 겁이 난다. 몇 년 전부터 제주시에 상추, 동부지역에 깻잎 농가가 생기기 시작하고 소득도 쏠쏠하지만 한 단계 엎그레이드를 위한 지식을 얻는 교육이 빈약하다. 육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많이 진행한다. 지자체장을 선거로 뽑기 때문에 재선되기 위해서는 농업인의 표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다. 항상 농업인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한 교육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제주는 다르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선거로 뽑지 않는다. 그러니 농업인의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농업인에게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도 아마 생소할 것이다. 교육도 농업기술원 기술센터 연구·지도사 중심으로 해도 된다. 서로 자료를 공유하기 때문에 크게 새로운 것도 많지 않다.오히려 농협이 육지에서는 하지 않는 "농업성공대학"을 운영한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을 지냈던 김상오 제주시장 때 시작해서 십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농사지식 만으로 농사를 잘 짓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경험이나 귀동냥 농법으로 육지 작물보다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제주 농업인의 농사 경험에 품질 높이는 농사지식을 접목시키는 조화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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