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제주국립호국원 영면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제주국립호국원 영면
경찰청 10일 제주국립호국원서 문 서장 영결식·안장식 거행
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제주민 수백 명 목숨 구한 '4.3의인'
  • 입력 : 2024. 05.10(금) 16:09  수정 : 2024. 05. 13(월) 14:19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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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주국립호국원에서 '제주판 쉰들러' 故 문형순 서장의 영결실 및 안장식이 거행됐다. 김채현 기자

[한라일보] 제주4·3 당시 부당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양민을 살려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고(故) 문형순 전 제주도 성산포경찰서장이 국립 묘지에서 영면했다.

경찰청은 10일 오후 2시 제주국립호국원에서 고 문형순 서장의 영결식 및 안장식을 거행했다.

이날 영결식은 개식사, 국기·고인에 대한 경례, 경과보고, 조사, 추모사, 추도사, 헌화·분향, 조총 및 묵념, 영현 봉송 순으로 진행됐으며, 윤희근 경찰청장, 이충호 제주경찰청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운구행렬이 입장하자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고 묵념을 통해 문 전 서장을 추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추도사를 통해 "문 서장님의 국가유공자 서훈과 국립묘지 안장이 이뤄진 것은 영웅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 시대 우리경찰들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더욱 뜻깊은 마음"이라며 "14만 경찰이 문 서장님과 같이 언제나 국민을 지키는 사명을 굳건히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말했다.

10일 제주국립호국원에서 '제주판 쉰들러' 고 문형순 서장의 영결실 및 안장식이 거행됐다. 제주경찰청제공

특히 이날 행사에는 고 문 서장이 도민 학살 명령을 거부하며 가까스로 생존한 강순주(94)씨와 아들 강경돈 씨도 자리했다.

강순주 씨는 "그동안 국가에 공헌한 공로가 있는 문 서장이 국립 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것에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이뤄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문 서장의 안장식에 참석한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형순(1897~1966)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만주의 독립군 양성학교)를 졸업한 뒤, 1920년대 만주에서 항일운동했다. 1930년대에는 중국 허베이에서 지하공작대로, 1945년에는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활약했다. 광복 이후에 경찰에 투신해 제주청 기동경비대장, 제주 성산포경찰서장, 경남 함안경차서장 등을 지냈다. 1953년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진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문 전 서장은 4·3당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무고한 양민들의 목숨을 구해 유대인 학살을 맏았던 우스카 쉰들러에 비유됐다.

그는 1948년 11월 제주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12월 군경 토벌 작전이 시작되자, 좌익 혐의를 받던 모슬포 주민 100여 명을 자수시킨 뒤 방면해 목숨을 구했다.

또 6·25전쟁 당시에는 예비검속(좌익 가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검거해 구속하는 조치) 대상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의 명령이 내려오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며 명령서를 돌려보내 295명의 생명을 지켰다.

그동안 경찰은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역사자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부에 6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서는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문 전 서장이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을 확인하고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해 마침채 국가유공자 결정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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