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기자님의 밥벌이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기자님의 밥벌이
  • 입력 : 2024. 05.30(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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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기사로 조져버려"

기자들이 무언가를 기사로 비판할 때 '조진다'는 말을 으레 은어로 사용한다. 사적 감정이 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러한 단어가 쓰인다는 것 자체가 모종의 권위의식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뒤에서는 어떨지 모르나 일단은 '기자님'이라 불리며 예우받는 이유도 일정 부분 '조진다'는 기자의 발상 혹은 대응에서 오는 것이라고 느꼈다.

취재를 시작하고서부터 덩달아 식사 약속도 잦아졌다. 취재원과 밥을 먹는다는 건 그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방법이자 기회라는 관례로 여겨지는 듯했고, 나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특정 사안으로 기사를 쓴 날이 있었다. 다음날 신문이 발행된 뒤 취재원 아무개는 내게 "안 써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 순간 내가 먹은 밥 생각이 들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아 식은땀이 났다.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팩트로 조져야 했다'느니, 언론의 역할이니 하는 문제를 떠나 그 밥은 내 입으로 들어갔으며 값은 취재원이 지불했다.

사실 이 도시의 대부분은 내가 어떤 기사를 썼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기사로 쓴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괜찮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 내느라 바쁘고 나도 내 일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선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팩트로 조져야 할' 사안을 비판하고 때론 검증하는 일이 내 밥벌이라 한다면, 나는 그만큼 견고하고 단단한 직업인일까? 누군가의 난감함을 양분으로 삼아야만 직업적으로 성장하는가?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갈등으로 이어져야만 빛을 보는 걸까?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 일정 시간이 되면 밥 없이도 힘과 체력을 충전할 수 있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길어지니 어이없게도 또 배가 고프다. 오늘은 또 뭘 먹을까. <강다혜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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