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탐라문화권에 대한 기대

[오수정의 목요담론] 탐라문화권에 대한 기대
  • 입력 : 2024. 07.04(목) 01:00  수정 : 2024. 07. 08(월) 17:16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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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며칠 전 세계유산 백제역사문화지구를 다녀왔다. 예전부터 문화권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백제역사권 답사는 매우 흥미로운 발걸음이었다. 백제지구는 웅진(현재 공주시), 사비(현재 부여군, 익산시)시대의 유산 8곳을 한데로 묶어 2015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지금, 과거 황량한 벌판에서 어쩌다 유적이 아닌, 관리가 있는 정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떤 곳은 국립박물관이 새로 생겼고, 복원보다는 유적지 내 무질서한 일반 가옥들도 철거하고 천년의 세월에 변화된 지형을 그대로 살린 정비사업에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화려한 당시를 복원한 것도 아니지만, 단순한 경관 정비만으로도 1500년의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경쾌했다.

백제역사문화지구는 1995년 백제문화권종합개발로 시작된다. 2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해 관광휴양사업과 백제문화유적 정비로 진행되었다. 그사이 공주, 부여, 익산을 아우른 백제문화제로 1500여년전 한국의 역사를 즐겼다. 그리고 삼국시대 역대급 로맨스였던 백제에서 마를 팔던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와의 결혼이야기는 우리나라 여름 대표축제인 서동연꽃축제로 승화시켜 백제의 중흥기를 구축한 무왕을 부활시켰다.

이처럼 일찍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야심찬 발 빠른 사업 추진은 201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기틀이 됐다. 게다가 최근 공주시는 백제유적이 밀집한 옛 시가지에 한국민속촌과 비슷한 백제문화촌을 짓고 흩어진 백제유적의 연계성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행보를 같이 했던 신라문화권 역시 일찍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고, 내포문화권, 중원문화권들도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지역관광개발사업과 함께 지역문화를 견인하고 있다. 결국 이들 문화권 사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문화유산 정비에 급급했던 것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아우른 지구적 정비와 활용이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탐라문화권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국내 최초 세계자연유산이란 타이틀을 업은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아픔과 행복을 복합적으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누적되면서 2만년의 역사를 품었다는 것은 분명한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2000년 중반부터 정부 차원의 탐라문화권 추진 요구는 2020년 6월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될 때 법적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사이 실행계획도 수립되었고, 후속 사업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타 지역의 문화권 사업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늦었다. 더군다나 탐라에 대한 몇 줄의 기록과 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소소해 보이는 많은 유적으로 어떻게 문화권을 해석하고, 정비해야 할지 고민도 될 것이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시작'이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해 놓은 개별유산의 정비계획들과 탐라문화권 실행계획을 바탕으로 점 단위가 아닌 면 단위의 정비와 활용을 위한 예쁜 밑그림을 그려내길 소망해 본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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