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문화재 지표 조사 누락 의혹으로 중단된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 공사가 한 달만에 재개됐다.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제주한림해상풍력 주식회사에 내렸던 공사중지명령을 전날 해제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문화재 지표조사가 누락된 구간을 조사한 결과 보존할만한 문화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공사중지명령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 부지에 속한 12필지, 면적으로 따지면 약 2700㎡에서 문화재 지표 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2일 사업자 측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한림해상 풍력발전사업은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일대 547만㎡ 부지에 6303억원을 들여 5.56㎽(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 18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공사 규모가 3만㎡ 이상이어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문화재 지표 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쳐 공사를 해야 하지만 이를 일부 누락해 지난달 2일부터 공사가 중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재개됐지만 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자는 각종 인허가 조건을 위반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사업자 측이 매장문화재법을 어긴 것이 명백하다며 자치경찰단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지표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자는 절대보전지역 무단 훼손과 공유수면 무단 점용 의혹도 받고 있다.
제주시는 사업자 측이 한림읍 내 절대보전지역 250여㎡에서 허가 없이 공사했다며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26일 자치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절대보전지역 무단 훼손 의혹은 사업자 측이 지난해 11월29일 시에 '절대보전지역 개발 구역을 늘려달라'고 변경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시 조사 결과 사업자 측은 변경 허가를 신청할 당시 이미 허가 받은 면적보다 250여㎡가 넓은 1580㎡에서 터파기와 전력 송신 용도의 케이블 매립 공사를 마친 상태였다.
또 시는 최근 사업자 측이 공유수면에서도 허가 구역을 벗어나 공사를 벌인 정황을 확인하고 조만간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한림해상 풍력발전사업 전체 부지 가운데 93만여㎡는 공공재인 바다와 해안가를 뜻하는 공유수면으로, 사업자는 이 공유수면을 2020년 8월14일부터 2043년 6월30일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점·사용 허가를 받았다.
제주도는 한림해상 풍력발전사업자의 불법 공사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자 특별 점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도는 지난달 5일부터 시 해양수산과, 환경관리과, 세계유산본부 등으로 구성된 특별점검반을 꾸려 한림해상 풍력발전사업자의 인허가 조건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도 관계자는 "당초 7월 말까지 특별 점검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위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점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는 절대보전지역 무허가 공사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지 이틀 만에 사업자 측이 무단으로 설치한 전력 송신용 케이블 등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를 내줬다.
또 시는 사업자 측이 공유수면에 무단 설치한 또다른 풍력발전설비에 대해서도 원상회복(강제 철거) 의무 면제 대상이라며 유지 결정을 내리고 점사용허가도 취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 공정률은 93% 수준으로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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