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균형잡기

[김연주의 문화광장]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균형잡기
  • 입력 : 2024. 08.26(월) 22: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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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역 미술 활성화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수많은 전시가 열리는 서울 지역도 고민하는 문제다. 그런데 그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제 수준의 전시나 아트 페어를 개최하고 미술관을 건립하거나 유치해서 활성화를 시도하지만, 지역 작가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시도가 매번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제 규모의 행사는 지역 미술계와 동떨어져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계화를 지향할 때 생기는 역설이다. 따라서 세계화 속에서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시 공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화에도 힘써야 한다.

모순처럼 보일지라도 지역화는 지역이 개방성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사실 대부분 지역 미술은 회화, 조각 등 전통 매체가 중심을 이룬다. 제주도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회화, 조각, 사진, 도예, 서예가 주를 이뤘다. 작품의 주제도 제주도 신화나 풍경 특히 한라산, 오름, 바다 등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예술가의 제주도 이주가 주된 요인으로 여겨진다. 이주한 작가 중 몇몇이 컴퓨터, 녹음기 등 새로운 매체로 작업하면서 제주도에서 지금까지는 보기 어려웠던 경향의 작품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향의 작품은 기존 제주 미술계에 자극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미술의 독창성과 가치를 깨닫게 했다. 즉 다른 지역에서 온 작가와 새로운 매체의 작품을 수용하는 제주도 미술계의 개방성으로 인해 제주도 미술의 정체성이 발견됐다. 이처럼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정체성이 생기고, 이러한 정체성이 지역화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제주도는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세계 미술계가 제주도 미술의 독창성에 주목하도록 만드는 지역화를 위해서는 제주 미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 미술 아카이브 구축과 제주 미술사 연구가 필요하다. 조사, 수집, 보존, 연구가 없는 지역화는 불가능하다.

지역 미술이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 매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세계화를 주장하면서 맹목적으로 세계 주류 미술계를 따라갈 때 생긴다. 물론 작가가 세계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안목을 넓히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목을 넓히는 이유가 세계 미술의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성을 만들기 위해서여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예술가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실에서 지역 미술은 세계의 흐름에 휩쓸리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지역 미술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있을 때 지역화를 더 깊이 고민하는 일이다. 지역 미술이 세계화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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