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익상편: 환자 분이 받으신 건 백내장 수술이 아닙니다

[김연덕의 건강&생활] 익상편: 환자 분이 받으신 건 백내장 수술이 아닙니다
  • 입력 : 2024. 08.27(화) 23: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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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진료 시간에 아무리 관찰해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데도, 환자 본인은 백내장 수술을 했다고 굳게 믿고 계시는 경우를 가끔 본다. 백이면 백, 익상편 (翼狀片, 군날개, Pterygium) 수술을 받은 분들이다.

익상편은 말 그대로 '날개 모양의 조각'이라는 뜻이다. 눈의 흰자위(결막)에서 각막 쪽으로 자라는 삼각형 모양의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성 조직이 날개와 유사하게 생겨서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안과에서는 흔히 접하는 질환이다. 이와 달리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에 혼탁이 발생하는 것이고, 실명에 가까이 진행되지 않고서는 육안으로 백내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익상편은 주로 노출된 눈의 흰자위(결막)에서 발생한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며, 건조한 기후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익상편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장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자외선이 결막과 각막의 손상을 일으켜, 결막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먼지, 바람, 연기 등 환경적인 자극 역시 익상편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 직업군, 예를 들어 농부나 어부처럼 외부에서 오랜 시간 작업하는 이들은 익상편의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제주도의 환경 여건과 직업 분포 상황에 비춰볼 때 육지에 비해 유의미한 정도로 자주 발견되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성질 자체가 혈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것이기 때문에 익상편이 생기면 충혈이 잘 된다. 단지 조금 피곤하거나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정도의 생활 자극만으로도 눈이 쉽게 새빨개진다. 이물감이 늘어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더 진행되어 난시가 심해지거나 중심부까지 침범하는 경우,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초기 단계에서 증상이 경미하다면 인공 눈물을 사용해 건조함과 자극감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익상편이 점점 커지거나 염증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수술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익상편 수술은 일반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이뤄지며, 국소마취를 하고 진행된다. 수술 자체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수술 후에도 다시 발병하는 것이 문제다.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익상편을 단순히 절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미토마이신 등)을 사용하거나 자가결막편이식술, 양막이식술 등의 수술기법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환자 분이 젊을수록 재발하기 쉬워서,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40대 미만은 수술하지 않고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익상편은 필자가 제주도에 정착한 초기, 제주의 강한 햇살이 미치는 안과적 영향을 느끼게 해 준 질환이다. 환자가 많은 데 우선 놀랐고 육지와 다르게 재발률이 높은 데에도 의료적인 주목을 하게 됐다.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전문의와 상의해 불편을 최소화하시면 좋겠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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