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이타미주조의 담뽀뽀

[김정호의 문화광장] 이타미주조의 담뽀뽀
  • 입력 : 2024. 09.09(월) 22: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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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나라 감독과 프로듀서를 짜장면, 설렁탕, 냉면, 부산 돼지국밥 등 음식에 대한 소재에 열광하게 만든 영화는 이타미 주조 감독(1933~1997)의 '담뽀뽀(1985)'다.

영화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일본 전역을 누비고 다니는 운전기사가,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라멘집을 운영하는 여자의 형편없는 라멘을 명품으로 변화시켜 주는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갱스터 영화에서 볼듯한 야쿠자가 등장해 음식과 섹스의 유사성을 묘사하기도 하고, 이탈리아 스파게티를 소리 내지 않고 먹는 숙녀들의 에티켓 교습 장면, 노숙자들이 여러 유명 식당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미식가 수준의 입맛을 가지고 있는 장면, 어수룩한 신입사원이 와인과 서양요리에 정통한 모습 등 음식과 관련된 코믹한 연출로 당시 일본 사회를 돌이켜 보게 만든다.

임종이 다가온 아내에게 죽지 말라면서 어린아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라고 소리치는 남편과 그 말에 힘겹게 일어나서 볶음밥을 만들고서는 죽는 아내, 울부짖는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차려준 마지막 밥을 먹으라면서 밥을 입에 구겨 넣는 남편의 장면은 마지막까지 따라다니는 어머니로서의 노동이라는 느낌과 함께, 삶의 의지로서의 밥을 뜻하는 듯한 묘한 이중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아들과 남편을 창졸간에 잃은 작가 박완서는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밥을 입으로 넣고 있는 자신을 극도로 혐오해 한때 거식증에 걸리기도 했었다.

이타미 주조 감독은 영화배우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51세인 1984년 배우 부부의 장인 장례식을 다룬 '장례식'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모두 10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마루사의 여자(1987)'에서는 부동산과 러브호텔을 운영하며 탈세를 일삼는 야쿠자와 싸우는 여성 공무원의 이야기를, '마루타이의 여인(1997)'에서는 신흥종교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여배우의 이야기를, '민보의 여자(1992)'에서는 일류호텔을 접수하려는 야쿠자 조직들과 싸우는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도 코믹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거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미야모토 노부코'라는 여배우는 '담뽀뽀'의 주연을 시작으로 이타미 주조 감독의 모든 영화에 주연 혹은 조연으로 출연한다. 영화감독의 아버지 장례식을 다룬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1996)'는 그 소재와 스타일의 유사성에서 이타미 주조 영화와의 표절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 영화는 같은 해에 나온 임권택 감독의 '축제'와 함께 그때 당시의 우리 장례 풍습을 기록한 인류학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민들레 식당'에서 일본 라멘을 먹을 때, 우선 그릇을 지긋이 바라보고, 고기를 살짝이 국물에 적셔주고, 면을 한번 먹고 나서, 국물을 세 번에 걸쳐서 나눠 마신다. 그다음 고기의 국물을 떨구고 먹는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고기국수와 해장국집이 다른 제주에서 충분히 공감되는 영화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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