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사려니 주차장~사려니숲길~숲길~삼다수숲길~해맞이길~붉은오름~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사려니 주차장~사려니숲길~숲길~삼다수숲길~해맞이길~붉은오름~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
무더운 여름과 서늘한 가을이 교차하는 숲길 넘나들다
  • 입력 : 2024. 09.27(금) 02: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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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차 행사는 사려니 봉개주차장에서 출발해 남조로 사려니숲길로 나오면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이 사려니숲길을 거쳐 삼다수숲길로 향하고 있다. 오승국 시인

땀과 눈물이 깃든 푸른 숲 만끽
4·3 때 주민들 피신생활 주무대
숲속에 펼쳐진 양하군락지 눈길


[한라일보]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가을날을 기다리던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시를 참으로 "무더웠습니다"로 바꿔 다시 만난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다. 무더위에 지쳐있는 사이 이미 가을은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길었던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우리는 본능처럼 구월의 가을날을 기다렸던 것이다. 가을의 옷을 입은 구월의 나무들은 짙은 초록으로 바뀌어가며 한달 후, 아름다운 단풍의 선물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지난 7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9차 행사는 13.5㎞의 숲길, 천변길, 오름길 등은 가을숲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적막한 숲길이었다. 우리가 걸었던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붉은오름 등은 제주시 봉개동과 조천읍 교래리, 표선면 가시리 지역에 널리 펼쳐져 있다.

사려니 주차장에서 오늘의 첫발을 내딛는다. 사려니숲 방향으로 들어섰다. 서어, 졸참, 산딸, 때죽, 단풍, 참꽃, 쥐똥, 윤노리 나무가 가득한 자연림 중간중간에 아름드리 삼나무와 소나무가 유별나게 아름답다. 우리의 걸음은 말찻오름 인근 삼다수숲길을 만날 때까지 사려니숲길 공식코스에서 약간 벗어난 길을 걷는다.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 있는 도종환 시인의 시비가 떠오른다.

양하

선녀버섯

"어제도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 / 마음도 건천이 된 지 오래인 날 / 쏟아진 빗줄기가 순식간에 천미천 같은 개울을 이루고 / 우리도 환호작약하며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 /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숲은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었음으로 우리는 숲으로 귀소하기를 염원했고, 옛사랑의 추억처럼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 그것은 인간에게 주는 숲의 치유였던 것이다.

천개의 꼬리를 지닌 제주 최장의 하천, 천미천을 건너 숲길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물봉선, 방울꽃, 참마, 사광이아재비, 계요등, 고추나물 등의 야생화가 아가얼굴 처럼 소담하게 피어 있다. 또 선녀버섯, 송편버섯, 난버섯 등이 사목에 기생하여 자란다.

잠시 후 양하 군락이 숲길에 펼쳐졌다. 푸르른 양하의 바다였다. 드문드문 보이는 열매를 땄다. 다가올 추석 제사상을 생각했다. 양하는 뿌리에서 열매가 올라와 꽃이 피며, 양애·양애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옛날에는 빗물에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가 처마 밑에 많이 심었다. 제주에서는 열매를 살짝 데쳐 추석 때 콩나물·고사리와 함께 차례상에 올린다.

사광이아재비

무릇

다시 걷는다. 천미천 지류를 건너자 '노루물'이란 소(沼)가 눈에 띄었다. 물색이 청명하다. 애초 이곳은 교래리 주민들이 꿩, 노루, 오소리 등을 잡던 사냥터였다. 삼나무 조림지를 끼고 무상무념으로 걷다 보니 어느덧 삼다수숲길로 이어졌다.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말찻오름 둘레길부터는 삼나무 군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잘 쌓여진 국유림담이 보이고 해맞이길로 이어진다. 경찰숲길 안내판이 오히려 정겹다.

청미래덩굴

70년대 정부의 강력한 시책인 산림녹화 정책으로 민관이 하나 되어 나무를 심었다. 정부 예산이 없어 밀가루로 일당을 대체했다. 오늘날 제주산하의 푸른 숲은 그 시대를 살았던 선배들의 땀과 눈물이 결정체다.

상잣담을 넘어 붉은오름 휴양림으로 들어섰다. 엄청난 높이의 삼나무들이 하늘을 찌른다. 모시풀 군락을 지나 오늘의 마지막 코스 붉은오름 입구에 섰다. 피톤치드를 가슴에 많이 담아서인지 등정의 피로는 덜한 것 같다.

오백 계단을 딛고 드디어 붉은오름 정상에 섰다. 화산송이로 이루어진 흙이 붉다고 하여 적악(赤岳)이라 부르기도 한다. 비좁은 전망대에서 북쪽에 있는 물찻, 말찻, 산란이(궤펜이)오름을 바라봤다.

4·3 당시 물찻, 말찻, 산란이오름 중간지대에 남원, 조천, 표선면 주민 2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피신생활을 했다. 말찻오름 일대에는 무장대의 2차 사령부가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당시 주민들은 붉은오름을 통해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동부지역 최대 피신처였다. 이러한 이유로 1950년에는 적악경찰주둔소가 붉은오름 초입에 설치돼 잔여 무장대를 토벌하기도 했다.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붉은오름 휴양림의 3개의 길을 마술처럼 이어준 에코투어 길잡이 박태석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의 걸음을 마감했다.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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