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의외로 흔한 다발성골수종

[한치화의 건강&생활] 의외로 흔한 다발성골수종
  • 입력 : 2024. 10.02(수) 01: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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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척추의 골절이 반복돼서 몇 차례 수술을 받은 56세 남자가 악화된 통증 때문에 척추외과 진료를 받았다. 혈액에 글로불린이라는 단백질 농도가 알부민 농도에 비해 더 높았고, 빈혈이 있어서 다발성골수종을 의심해 혈액종양내과로 의뢰됐다.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청의 단백질전기영동검사 결과 특정 분획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단클론성(monoclonal) 단백질, 줄여서 M단백질이 보였고, 면역고정검사로 M단백질이 항체의 한 종류인 IgG와 항체의 구성 성분인 카파경쇄(kappa light chain)임을 확인했다. 골수검사 결과 비정상 형질세포들이 골수세포들의 약 70%(정상은 5% 미만)를 차지하고 있어서 IgG-kappa 타입의 다발성골수종으로 확진했다.

항암치료를 수차례 반복하고 M단백질의 양이 90% 감소한 부분반응에 도달했다.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재발을 최대로 늦추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이용한 고용량항암화학치료(자가이식치료)의 급여허가를 받고, 환자의 혈액에서 수집한 조혈모세포들을 -186℃ 액체질소에 보관해 둔 다음 무균실에 입원시켜서 멜팔란이라는 항암제를 고용량으로 투여했다. 이어서 냉동보관된 조혈모세포들을 실온으로 녹여서 수혈하고 10일째에 없어졌던 백혈구와 혈소판수가 정상으로 회복돼 퇴원했다.

자가이식치료 후 2년간 잘 지냈지만 재발해서 2단계 항암치료를 하고 병이 좋아진 채로 지내다가 1년 뒤 다시 재발해서 3단계 항암치료를 하면서 병세가 다시 없어졌다. 이후 항암치료를 계속하면서 3개월마다 혈청의 단백질전기영동검사와 면역고정검사로 재발 여부를 모니터하고 있다.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낸다. 그렇게 같이 늙어가고 있다.

매년 인구 10만명마다 4~5명의 새로운 환자들이 발생하는 다발성골수종은 노년에 발병하는 혈액암이다. 병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빈혈, 콩팥기능의 악화, 칼슘의 혈액 농도 증가, 골격계의 곳곳에 뼈를 녹이는 암 병소들과 심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그리고 말초신경병 등의 증세에 익숙한 전문의사가 아니면 조기 발견이 그리 쉽지 않다.

노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지난 10년간 제주에서 진료를 하면서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느낌이다. 과거 항암치료만으로는 전체 환자들 중 절반이 생존하는 기간이 평균 2.5년에 불과했지만, 자가이식치료와 새로운 항암치료제들 덕분에 생존 기간이 2~3배 이상 획기적으로 연장됐다. 70세 이상이거나 건강상태가 나쁘지만 않으면 초기 항암치료에 부분반응(M단백질이 50% 이상 감소) 이상의 효과를 보일 경우 자가이식치료를 국가의료보험에서 급여를 해준다.

비록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지만 효과가 뛰어난 신약들까지 의료보험에서 급여를 해주고 있어서 과거보다 확실히 오래 살게 됐다. 혈액종양내과의사 혼자 할 수 없는 고용량항암화학치료와 자가이식은 많은 전문 인력들이 함께 참여하는 노동 집약적 치료다. 제주에서도 이들을 위한 자가이식치료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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