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전국에서 요소 엽면시비를 가장 좋아하는 농업인은 제주 농업인일 거다. 감귤이나 마늘, 양파 등 밭작물에도 습관처럼 요소 엽면시비를 하는 농업인이 많다. 요소는 가장 쉬운 비료지만 부작용도 너무 많다.
감귤에 요소 엽면시비하면 늦게 익는다. 올해처럼 여름 기온이 높을 때는 착색도 늦다. 수확 후 요소 엽면시비는 해거리를 부른다. 밭작물에 요소 엽면시비는 병해충을 부른다. 마늘에는 벌마늘도 많이 생긴다.
비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70년대에는 최고의 비료가 요소였다. 먹을 것이 없었을 때는 밥만 주어도 배가 불러서 고마워했던 것처럼 요소비료를 주면 잘 크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가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북한의 흥남비료 공장이었다. 요소 등 60만t의 비료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가 처음 시작한 것이 충주에 비료 공장을 세우고 요소를 생산한 것이었다. 공장 앞에 석탄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요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호남비료, 영남화학에서 생산하는 주요 비료도 요소였다. 한때 166만t을 생산하며 세계 3위의 요소 생산국이었다.
당연히 그 시대 농사 현장을 담당했던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 교과서 격인 '농촌지도' 교재에도 요소 농법이 만연했다. 그러나 요소는 잘 크지만 약해져서 웃자람이 심하고 병해충이 많아지는 문제점이 하나둘 제기됐다. 생산비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2003년 남해화학의 요소 생산시설을 외국에 매각하면서 한국에서 요소 없는 나라가 됐다.
요소는 좋은 비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질소가 46%가 있기 때문이다. 비료를 사람의 밥상과 비교한다면, 요소비료는 밥상 위에 질소 반찬 하나만 올려놓은 밥상이다.
복합비료가 개발되면서 질소 외에 인산, 가리, 칼슘, 고토, 황, 붕소 등이 있는 밥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즉, 비료도 3첩 반상에서 7첩, 12첩 밥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옛날 굶는 사람이 많을 때는 반찬 하나만으로 손님 밥상을 차려도 고마워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반찬 하나 올려놓고 손님 밥상을 차리면 욕먹는다. 비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양분이 있는 비료가 많은데도 요소 하나만 주면 작물에 좋을 리가 없다.
질소는 영양생장의 주요하고 가리는 생식생장에 중요한 양분이다. 작물이 한창 꽃 필 때는 질소비료를 줘서 꽃망울을 형성시키는데 좋다. 그러나 열매가 커지기 시작하면 질소를 줄이고 가리, 고토, 황 붕소 등이 여러 비료를 줘야 품질이 좋아진다.
여름 이후에 감귤에 요소비료를 엽면시비하면 늦게 익는다. 봄에 마늘에 요소비료를 주면 새순이 나오면서 벌마늘이 생긴다. 감귤을 수확한 후에 요소 엽면시비하면 해거리가 많아진다. 잎과 뿌리의 탄수화물 교환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농업도 요소 엽면시비 농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습관처럼 요소 엽면살포하는 농사는 왕바보 농법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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