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2024년 의전 매뉴얼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2024년 의전 매뉴얼
  • 입력 : 2024. 10.24(목) 04: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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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로서 분기별로 지방의회가 개최하는 임시회, 정례회 등의 회기를 취재한다. 회의에서 제기된 지적과 오고 간 일들은 쟁점이 되어 그날의 뉴스거리가 되곤 한다.

 회의를 챙겨 들으며 이러저러한 일을 파악하게 되는 때도 있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때(정확히는 귀가 아플 때)가 있다. 대답을 들을 생각이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상대의 말을 가로막는가 하면, 워낙 호통을 치는 통에 무슨 내용인지는 도통 모르겠고 그 데시벨만 기억에 남는 경우도 허다하다. 질의서를 줄줄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 틀리게 읽을까 싶어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해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회의에서 '의원들의 직책이 다 있는데 가나다순으로 소개를 했다', '의전은 행사의 50%다. 의전 매뉴얼을 작성하라'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공무원의 태도는 신선함을 더했다.

 의전이란 뭘까. 사전적 정의를 떠나 '의전이 행사의 50%'라는 이에게 의전이란 나이와 직위에 걸맞은 훈장이자 권리이자 마땅히 누릴 품격이 되겠다. 다만 소수를 위한 무대 설계, 나의 품격을 남이 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찾겠음. 이라는 뜻이 함의됐겠다. 의전 과잉, 친절 과잉인 곳에 진상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전 매뉴얼을 작성하라는 주문에 대해 집행부가 즉각 실천에 옮겼다면, '다 함께 미래로'라는 슬로건도 떼어내 없애야 한다. 하긴 국회의원 당선인 환영식에 박수 부대를 동원했던 일례로 본다면 내부 공유용으로나마 저와 같은 주문을 실천에 옮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이긴 하다. 창이나 방패나 뚫지도 못하고 뚫리지도 않는 모습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다혜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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