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밀의 숲' 거문오름 용암길 가을 운치 더해 '활짝'

[현장] '비밀의 숲' 거문오름 용암길 가을 운치 더해 '활짝'
해설사 곳곳 이야기 곁들이며 탐방 재미 더해
비날씨에도 탐방 열기 가득 "자연 그대로 느껴"
  • 입력 : 2024. 10.27(일) 16:25  수정 : 2024. 10. 29(화) 08:55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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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거문오름 트레킹이 지난 25일 개막해 28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거문오름에서 열리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시원한 가을바람을 타고 '2024 거문오름 트레킹'이 힘차게 막을 올렸다.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거문오름은 진회색의 구름모자를 썼고, 구름 사이에서 내리는 빗방울은 숲내음을 가득 머금은 채로 나뭇잎 사이를 스쳐 탐방객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거문오름'은 자연이 주는 운치 속에 탐방객들에게 속살을 드러냈다.

단 4일. 트레킹 행사에만 문을 여는 '용암길'에 탐방객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발걸음을 내딛였다. 계속된 비 날씨로 습기를 머금은 흙이 탐방객들의 발을 늪처럼 빨아들이며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탐방객들은 미끄러운 길에 넘어질까 조심히 걸으면서도 그동안 검은오름이 숨겨왔던 비밀을 마음껏 들여다봤다. 자연스레 드는 탐방객들의 궁금증은 동행한 세계자연유산 해설사들이 풀어내줬다.

이날 용암길 코스 탐방에 동행한 해설사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지질학적 특성과 함께 숯가마터 등 제주 중산간 마을에 살았던 화전민의 삶을 설명해주며 탐방의 재미를 더했다.

두 귀로는 '투둑투둑'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듣고, 코로는 흙 내음을 맡고, 두 눈으로는 초록색 싱그러움을 담다보니 두 발은 어느새 벵뒤굴 앞에 있었다. 비록 보호를 위해 벵뒤굴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탐방객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벗 삼아 겉으로나마 복잡한 유로를 가진 용암동굴을 살폈다.

벵뒤굴 입구를 지나 울창한 삼나무 숲을 지나니 거문오름 트레킹의 끝이 찾아왔다. 탐방객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3시간여 동안 온몸으로 느낀 화산섬 제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철호(63)씨는 "비가 오니 오히려 운치가 더해져 좋았다"면서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정용봉(63)씨는 "용암길은 행사가 아니면 걸을 수 없는 곳인 만큼 비가 와도 가보자는 생각에 왔다"며 "거문오름은 3번이나 왔는데도 용암길은 처음이라 또 다른 자연의 매력을 느끼고 간다"고 했다.

한달살기를 하러 제주에 왔다는 마혜선(32)씨는 "거문오름 자체를 처음 와봤는데 때마침 행사로 미공개 구간인 용암길이 개방된다고 하니 고민할 것 없이 탐방길에 나섰다"면서 "내일은 태극길 코스를 걸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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