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나를 만난 것이
나쁜 꿈이었던 듯 살길 바라요
손바닥을 펼치면
마음에 이리도 많은 적이 기를 세웠으니
신발을 세워 물기를 빼던
댓돌은 사라지고
향만 취하고 술은 뱉듯이
나는 여태 빌려온 사랑
주인 없는 이별만 하였습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태양이 실눈을 뜨면
금을 쪼갠 듯 빛이 새요
구름이 해와 합쳐질 때
처음으로
당신 속에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삽화=배수연
나를 만난 것이 나쁜 꿈이었던 듯 살길 바랍니다,(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주기를) 아직 꿈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나쁨 다음에 좋음이 올 수 있는 거지요. 애초에 사랑도 내 것이 아니고 이별도 남이 한 것 같은 이런 소속 불명의 어긋남을 적산가옥에 빗댑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사랑만 하였다는 것도 맞습니다. 내가 딴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구름이 붉은 해와 합쳐질 때 처음으로 당신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느끼며 사는 것으로 알 수 있겠네요. 마음이 적의 깃발을 들었을 때조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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