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5월 중국계 개발사업자와 비공개 오찬을 하며 먹은 음식 가격이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개발사업자가 무료로 음식을 접대하려 했지만, 오 지사 측이 음식 값을 1인당 3만원으로 일률 책정해 결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술이 맞다면 청탁금지법을 피하기 위해 오 지사 측이 꼼수를 부렸다는 얘기가 된다.
김수영 제주경찰청장은 27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오 지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는 모두 마무리했고, 마지막으로 법리 검토를 벌이고 있다"며 "조만간 송치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 지사와 도청 공무원 등 11명은 지난 5월27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제주기린빌라리조트를 방문해 리조트 개발사업자인 백통신원 관계자와 함께 간담회 겸 점심식사를 했다.
이를 를 두고 점심 접대 의혹이 제기되자 제주도는 음식 값을 지불했다며 1인당 3만원씩 총 33만원을 결제한 카드 명세서를 공개했지만,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무엇을 기준으로 1인당 3만원을 지불했는지 알 수 없다"며 오 지사를 지난 6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음식 가격은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당시 오 지사 측은 메뉴판에 나와 있는 음식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 백통신원 측이 미리 차려둔 음식을 먹고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가격을 누가 책정했는지, 정말 1인당 3만원 짜리 음식이 맞는지가 불명확했다.
더욱이 오 지사 일행이 점심을 먹은 기린산장은 콘도로,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신고되지 않아 메뉴판 자체도 없는 곳이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올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공무원은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의례·사교적 목적이라고 해도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음식을 제공 받을 수 없다. 이후 지난 8월 26일 법이 개정·시행되며 음식물 가격 상한선은 5만원으로 상향됐다.
경찰은 그동안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오 지사 일행이 먹은 음식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확인했다.
경찰은 식재료비 등을 조사한 끝에 당시 오 지사 일행은 1인당 3만원을 초과한 음식을 먹었다고 결론냈다. 또 경찰은 백통신원 측이 오 지사 일행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려 했지만 갑자기 동석 공무원이 1인당 3만원으로 가격을 정해 결제했다는 리조트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다만 오 지사 측이 결제한 금액과 실제 음식 가격 간의 차이가 100만원을 넘지 않아 형사 처벌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 대가성과 상관 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해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태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에게 제공된 금원 또는 물품 가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단 1원이라도 수수금액의 최소 2배 이상에서 최대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법원은 청탁금지법 사건에서 지자체장의 직무관련성을 광의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어 오 지사가 음식값으로 3만월을 결제했더라도, 실제 제공된 것은 이보다 더 비싼 것이기 때문에 그 차액에 상응하는 과태료 처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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