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 9월 제주국제공항 상공에 출현해 공항 마비 사태를 일으킨 미확인 비행물체는 정식 출시되지 않은 드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2일 제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소속 경비요원 3명은 최근 경찰에 출석해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9월13일 오후 9시 무렵 제주공항 인근 상공에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가 초경량비행장치(드론)라고 진술했다.
이들은 경찰에 당시 제주공항 여객청사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화물청사 인근 상공에서 검은색을 띠는 드론 2대를 잇따라 발견했다고 진술했으며, 풍등이나 다른 비행물체를 드론으로 착각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비요원들은 일치되게 공항 화물청사 상공에서 드론을 목격했으며, 육안으로 드론의 기체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풍등을 드론으로 착각하거나, 드론으로 추정된다는 수준의 진술이 아니라 명확히 드론이었다는 게 경비요원들의 일관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13일 오후 9시 무렵 제주공항 화물청사 쪽 상공과 남북활주로 북쪽 상공에서 불빛을 반짝이는 미확인 비행물체가 잇따라 출현해 이날 오후 9시 17분부터 오후 10시 5분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48분간 전면 중단됐다.
수사에 착수한 나선 경찰은 공항 근처 CC(폐쇄회로)TV를 분석해 사건 당일 남북활주로 북쪽 방향에 있는 제주시 용담동 어영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60대 남성 A씨가 풍등을 날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를 공항시설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항시설법에 따라 항공기 항행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면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법은 공항 반경 9.3㎞ 이내에서 허가 없이 풍등을 날리는 걸 금지하고 있다.
화물청사 쪽에서 나타난 비행물체가 드론이라는 진술이 나왔지만 이런 진술을 증명할 물증은 없는 상태다. 사건 당일 남북활주로 인근에선 풍등이 떠다니는 모습이 CCTV에 찍혔지만 같은날 화물청사 쪽에서 출현한 비행물체는 CCTV 상으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항공사는 경비요원들 진술과 '불법 드론 탐지기'에서 경고음이 울리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당시 출현한 비행물체가 정식 출시되지 않은 드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법 드론 탐지기는 레이더 화면 상으로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드론 비행 주파수가 탐지되면 경고음을 울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장비는 제조사가 정식 출시해 상용화 한 드론만 탐지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잡아낼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상용화 된 드론의 주파수는 탐지기에 대부분 등록되어 있어 공항 인근에 출현했을 경우 잡아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비상용화 드론은 탐지할 수 없다"며 "사건 당일 드론 탐지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당시 경비요원들은 목격한 드론은 정식 출시되지 않은 기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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