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낙엽귀근(落葉歸根), 연엽귀수(蓮葉歸水), 곧 낙엽은 뿌리로 돌아가고, 연잎은 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근원' 그리고 '성장'을 떠올려 본다.
한 해를 보내며 이유 없이 뒤숭숭한 마음과 별 탈 없이 지나온 한 해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마주했던 각가지 일들이 상처, 또는 감사함 등 여러 감정으로 마음에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진하게 얼룩진 흔적이 분명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다른 의미로 이해되는 것을 보면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은 새로운 느낌을 찾아내는 시기로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의 거름이 되는 '자연의 순리'를 수긍하듯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알게 되는 이치는, 시간과 함께 한 마음의 흐름도 있겠지만, 의도적인 노력도 한몫한다는 느낌이 든다. 의도적인 노력으로 작년 이맘때 세운 계획을 뒤돌아보면서 한 해 동안 상처는 붙잡고 감사함은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또한 내 가족만 살뜰히 살피느라 주변에 서운함을 주진 않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 나에게 특별했던 계획은 자식들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마음만큼 나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관심갖는 일이었다. 특히, 이 계획은 오래전에 읽은 책의 다음과 같은 글이 동기가 됐다.
'우리는 커다란 우주선을 타고 이 세상에서 저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우주선 안에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챙기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탄 옆 사람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인간이 살아가는 근원적인 모습이라 느끼면서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던 글이다.
이러한 계획은 내가 만나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관심의 결이 달라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니, 예전과 다른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1년이 지난 지금, 흐르는 시간과 함께 삶의 주체가 된 것 같고 나도 나답게 흐르고 있음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처럼 의도적인 계획 안에서 순간순간 다가온 느낌들을 모은 나의 한 해를 정리하자면, 결국 우리는 우주선을 탄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소속감을 느끼며 인정받고 살아가는 존재임에 고개를 끄덕이며 삶에 깊은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맥락의 동기부여를 심리학 이론으로 정리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사회적 소속감'으로 설명하고 '사회적 관심'은 누군가와 더불어 삶의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자 타인과 더불어 삶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필요한 잠재적 능력이라 봤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관심'을 개발해야 하고 이 부분의 결핍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 조언하면서 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movement)'을 강조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2월에는 각자에게 떨어진 낙엽을 모아 근원의 뿌리로 보내고 새롭게 힘을 얻는 움직임으로 새로운 성장을 준비해보자. <우정애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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