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탈원전 논쟁과 관련해 우리는 중요한 한 축을 놓치고 있다. 바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손해배상제도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은 기술적 안전성만이 아닌 보험을 통한 제도적 보장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원자력손해배상제도는 일반적 불법행위책임 법리와는 차별화된 특수한 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과실책임'을 근간으로 해, 원전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법적 책임이 성립된다. 또한 '책임집중의 원칙'에 따라 사고 원인과 관계없이 원전사업자가 우선적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는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정교한 법적 설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의무보험제도다. 원전사업자는 반드시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이 보험금 청구권은 다른 채권보다 우선된다. 원자력 사고로 인한 신체상해, 질병 발생 및 사망의 경우 방사능 피해의 만발성을 고려해 30년이라는 긴 소멸시효를 뒀다. 다만 '유한책임'을 원칙으로 해, 사고당 9억 계산단위(SDR)라는 한도액이 정해져 있다. 물론 원전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이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원자력손해배상제도는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고,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사회와의 약속이다. 다만 충분한 배상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제도의 실효성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효주 손해사정사·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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