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당초 12월로 예고했던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식을 미루기로 했다. 최근 반대 측이 '제정 무효'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찬반 의견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좀 더 의견을 모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제정위)는 지난 5일 제주도청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추가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가 지난 9월 9일과 10일,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열었던 도민 의견 수렴 공청회가 반대 측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제정위는 도민참여단 논의와 도민공청회를 거쳐 올해 12월 안에 헌장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도민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토론회를 두 번 더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달 중에 예정됐던 헌장 선포식도 자동적으로 미뤄지게 됐다.
제정위의 이같은 결정에 제주도는 내년 2월까지 토론회를 두 차례 더 개최한다. 공청회를 비롯해 현재까지 접수된 917건의 의견에 더해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까지 분석해 헌장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6일 도청 기자실에서 이러한 계획을 설명하며 "제정위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실무위원회가 917건의 의견을 전부 분석했는데, 그럼에도 다양한 도민 의견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토론이나 평화인권헌장 내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2월까지 두 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성안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제정위는 내년 2월까지는 행정적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토론으로 최종 헌장안을 확정한 뒤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인권증진위)에 제출해 심의 단계까지 마치기로 했다. 다만 헌장 선포 시기는 그 이후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련 조례에는 도지사가 인권헌장을 제정해 선포하기 위해선 인권증진위의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지난 5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4차 회의. 제주자치도 제공
하지만 이 역시 순탄하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반대 측이 평화인권헌장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제정 반대 측은 제2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문제 삼고 있다. 이 조항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 동성애를 옹호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장안에 제주4·3 왜곡과 폄훼에 맞서 대응할 도민 권리가 명시된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도청 기자실 브리핑에 참석한 고현수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 운영위원장은 "(이전) 공청회를 통해 찬반 입장을 경청하려 했지만 두 차례 공청회 자체를 무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토론회는 방송 토론 등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고, 토론은 토론 자체를 무산하려는 시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도민 구성원이어야 할 것"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찬반 의견 수렴을 위해 추가로 마련한 자리인 만큼 또 다시 무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5일 제정위 회의에 참석해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 많은 도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헌장을 채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협력할 때 진정한 평화인권헌장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민선8기 도지사 공약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8월 제정위 출범을 시작으로 도민참여단 토론, 초안 마련 등을 이어 왔으며 이달 중에 헌장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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