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대공원에 스포츠타운?"… 찬반 입장 팽팽

"제주평화대공원에 스포츠타운?"… 찬반 입장 팽팽
제주도, 18일 마라해양도립공원 확대 지정안 공개
평화대공원에 파크골프장 등 스포츠타운 시설 구상
"지역 발전 위해 필요" VS "역사 유적 망가뜨릴 것"
제주도 "아직 확정된 거 아냐… 내년에 타당성 용역"
  • 입력 : 2024. 12.18(수) 18:48  수정 : 2024. 12. 18(수) 21:35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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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가 18일 제주월켐센터에서 '마라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송악산 일대의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마라해양도립공원과 평화대공원을 잇는 밑그림을 내놨지만,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대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제주4·3의 아픔이 서린 '평화대공원' 예정지에 사격장과 야구장, 파크골프장을 갖춘 '스포츠타운' 건립이 포함되면서 그 적절성을 놓고 의견 차가 첨예하다.

제주자치도는 18일 제주월켐센터에서 '마라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마라해양도립공원 확장성을 검토하고 공원 변경 계획을 수립해 왔다. 중국 자본의 매입으로 사유화, 난개발 우려 등이 제기되던 송악산 '개발 금지'를 선언(2020년)한 이후 진행했던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 방안 용역'의 연장선이다.

이날 발표된 용역 결과를 보면 현재 마라해양도립공원 총면적은 49.755㎦로 이 중 49.175㎢를 제외한 0.580㎢(58만㎡)가 육지부다. 용역진은 송악산 외곽 쪽으로 9만2441㎡(약 2만8000평)까지 마라해양도립공원을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일제동굴진지가 있는 셋알오름과 섯알오름, 동알오름 등 자연 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지역 연계선까지 '공원자연환경지구'로 지정해 보호·관리하며 알뜨르비행장 유적이 있는 평화대공원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주도가 중국 자본으로부터 매입한 송악산 인근 토지 중에 이와 맞붙은 5만375㎡(약 1만5300평)는 주민 편의 등을 이유로 공원구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에 이곳에는 실내 전지훈련 시설과 국민체육센터, 축구장(9403㎡) 등이 조성될 것으로 검토됐다.

평화대공원 예정지 내에 포함될 '스포츠타운' 조성 계획도 나왔다. 용역진은 격납고와 예비검속자 학살터 등 알뜨르비행장 내 유적지를 포함하는 평화대공원 예정지에 스포츠타운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36홀 이상의 파크골프장과 야구장(4면), 실내사격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공원이라는 취지에 맞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대정읍 주민을 중심으로는 제주 서부지역 발전, 주민 복지 향상 등을 위해 스포츠타운과 같은 시설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역사 유적지 안에 이런 시설을 갖추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날 보고회에서도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정읍 주민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빼어난 자연경관 등에) 세계인이 감탄하는 땅에 일제강점기에 군사 시설이 마구잡이로 건설됐다. 억울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시설 조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스포츠는 우리 생활 자체"라며 "시민 복지 향상을 위해서라도 (스포츠타운 조성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현장에서 질의에 나선 이영권 역사학자는 "경복궁도 부지가 아주 넓다. 그곳에 고궁 탐방도 하고 손흥민 선수의 후예를 키울 수 있는 훈련 시설도 갖췄다고 한다면 '1석 2조'의 아이디어라고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역사 유적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는다. 도민의 문화 의식 수준이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도 "3800년 전에 분출한 수성화산인 송악산은 화산을 연구하는 1번지이다. (애초에)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관광단지로 개발하려 하니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현재는 주객이 전도됐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자 제주도는 이날 공개된 계획은 '구상안'이라며 내년에 별도 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임홍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스포츠타운 건립 계획 등이 포함된 이유로 "지역 전체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사람들을 유인하는 게 있어야 한다. 잘 보존하려면 잘 활용돼야 한다"면서도 "현재는 확정된 게 아니다. 내년에 타당성 용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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