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일대엔 커다란 캐리어(여행용 가방)를 끄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제주공항과 연결되는 버스 경유지이고, 유명한 서귀포매일올레시장도 인접해 있어서다. 하지만 요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잠정)은 52만8998명(내국인 46만9742명, 외국인 5만925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6.7% 줄었다. 지난달 비상계엄 후 정국 불안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내국인은 19.1% 감소했다.
지난해 관광객이 1378만3911명으로 전년 대비 2.9% 늘어난 것도 외국인이 190만7608명으로 169.6% 증가한 효과가 크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늘어난 외국인 수만큼 크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33.6%(64만1139명)는 크루즈 관광객으로, 전년보다 6.4배 늘었다. 올해는 하루에 한 척 꼴인 344차례의 크루즈로 약 80만명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크루즈 기항이 늘자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최근 크루즈 관련 TF까지 꾸렸다.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은 제주항으로 19만9423명, 강정민군복합항으로 44만1716명이 찾았다. 제주도가 10만t급 이상은 강정항으로 선석을 배정하면서 갑절 더 많았다.
문제는 크루즈 활황을 어떻게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느냐이다. 제주관광공사의 제주관광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제주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지출경비는 188.3달러로, 크루즈 외 관광객(693.1달러)의 27.2% 수준이다.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할 특화된 상품 개발이 꼭 필요한 이유다.
크루즈의 제주 기항 시간은 평균 8시간인데, CIQ(세관검사·출입국·검역)에 3~4시간이 걸려 실제 체류시간은 4~5시간이다. 그나마 올해 하반기 제주항과 강정항에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설치돼 심사시간이 현재의 절반으로 단축이 예상되는 점은 다행스럽다.
무인심사대 운영과 맞물려 크루즈 관광 선진 사례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한 사례 발표자는 "싱가포르, 호주 등서 출항한 크루즈 기항지에선 항구 도착 전 항구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승객 명단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도착 후 항만 에이전트가 승객 명단을 확인하고 10~15분이면 통관 절차가 마무리된다. 선박 통관과 동시에 승객 입국도 승인돼 대면심사 없이 하선한다"고 했다.
제주를 찾는 크루즈의 80%가 중국발이고, 그다음으로 일본인만큼 한중일 협의를 통해 CIQ 절차 간소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 체류시간이 1시간이라도 더 늘어나야 제주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도 커진다. 또 이들의 이동 동선과 소비패턴 분석, 만족도 조사와 이를 토대로 시기별 지역상권 연계 이벤트나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면 제주는 크루즈 관광객이 푼돈만 쓰고 가는 기항지에 머물 수 있다. <문미숙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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