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시 화북공업지역 이전 계획이 이전 후보지 마을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화북공업지역 대체 입지를 정하기 위해 이전 후보지로 검토된 6곳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했지만 6곳 모두 반대하는 등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장기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용역에서 제시된 이전 후보지 별로 의견 수렴에 나선 뒤, 이중 교통 여건이 좋고 주민 수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를 각각 1순위와 2순위 후보지로 정했다. 1·2순위를 포함해 후보지에 오른 6곳은 전부 제주동부지역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조천리에서 열 예정이었던 주민설명회는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고, 그해 11월 덕천리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이후 상동마을을 중심을 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마을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덕천리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최근 제주도에 이전 반대 의견을 공식 제출했다.
제주도는 "(1·2순위 후보지 마을) 두 지역 모두에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화북공업지역 대체 입지를 선정하기 위한 해법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주도는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면 구체적으로 언제쯤 화북공업지역 이전을 다시 추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화북공업지역은 지난 1987년 화북 1·2동 일원 67만4000㎡에 조성된 공장 밀집 지역으로 현재 250여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그러나 조성 후 인근에 삼화지구 등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먼지와 소음 민원이 잇따르는 등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화북공업지역 입주 기업 250여개를 모두 옮기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최소 수십 만㎡의 땅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가 조천리와 덕천리를 1·2순위에 올린 이유는 조천리에는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소유한 160만㎡ 규모의 미개발 토지가, 덕천리에는 옛 이어도골프장 개발 예정 부지를 포함해 마을회 소유 공동목장 임야 등 200여만㎡의 유휴 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주민들이 찬성하면 이 토지를 사들여 화북공업지역을 이전하려했다.
제주도가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해도 부지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지난 2019년 화북공업단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대체 입지를 물은 결과 제주시 동지역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72.1%로 압도적이었지만, 동 지역엔 공공용지를 포함해 마땅한 유휴부지가 없고, 서쪽으로 눈을 돌린다해도 지금의 입지와 지리적으로 더 멀어져 입주 기업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한편 제주도는 앞으로 화북공업지역 체계적 관리와 활성화를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주민 갈등의 원인이 돼온 주거환경 저해 시설 신규 입주는 제한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은 미래전략산업을 유치해 융복합거점구축 지역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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