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제주~칭다오 컨테이너 항로 연내 개설 무산 책임이 '지자체 노력을 뒷받침해주지 않은' 정부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꼬이게 된 원인을 추적해보면 정부 탓으로만 볼 수 없는 정황들이 확인된다.
▶부산·중국 항로 동의만 4개월=제주~칭다오 항로를 개설하기 위한 실무진 논의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도는 컨테이너선을 운항할 중국 내 국유기업인 산둥원양해운그룹주식유한공사(산둥그룹)를 비롯해 국내 항로 허가권을 갖고 있는 해양수산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선사 대표자 모임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선사협)와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을 논의했다.
산둥그룹은 중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10월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허가를 받은 뒤 그해 11월 8일 "한국도 동의해 달라"고 해수부에 허가를 요청했다.
그해 해수부에 허가를 신청한 한·중 컨테이너 신규 항로는 ▷제주~칭다오 ▷우한~강구~부산 ▷일조~인천 ▷당산~황화~인천 등 총 4개였다.
이 중 우한~강구~부산 항로 신청 시점이 지난해 9월25일로 가장 빠르고, 제주~칭다오는 가장 늦었다.
해수부는 각 선사가 신청한 신규 항로에 대해 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영향평가는 신규 항로가 기존 항로 물동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절차다. 컨테이너선은 항만에서 화물을 내린 뒤 자국에 보낼 화물을 싣고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나라 화물선이 신규 취항하면 그동안 우리 쪽 선사들이 담당하던 기존 해외 물동량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어 이런 영향평가를 거친다.
해수부는 4개 항로 중 신청시점이 가장 빠른 우한~강구~부산 항로 개설을 먼저 동의했다. 동의 시점은 올해 1월 24일로, 조만간 최종 개설 허가를 앞두고 있다.
신청에서부터 우리 측 정부 동의까지만 총 4개월이 걸렸다.
부산 사례를 비춰보면 산술적으로 제주~칭다오 항로는 올해 3월 중순 쯤에나 개설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도는 지난해 12월쯤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제주항에 통관장과 보세구역을 설치한 뒤 그달 20일에는 입항 행사까지 준비했다.
또 도내 하역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옮길 크레인을 제주항에 배치했다. 그러나 정작 배가 오지 못하면서 크레인은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
도는 크레인 운영 비용으로 매달 약 1억2000만원씩 총 13억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영향평가 통보에도 장밋빛 낙관론=도가 지난해 연내 개설 허가를 낙관했던 이유는 제주~칭다오 항로가 영향평가 제외 대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는 이같이 판단한 이유로 지난해 6월 선사협이 "제외 대상일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한 점, 지난해 9월 한·중 해운회담 합의 사항에 '기존 항로와 신규 항로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중 해운회담 합의사항에 나온 '분리 추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내용인지를 묻는 질문에 "외교문서는 공개 불가"라면서도 "합의사항에 대한 해석 권한은 우리에게 있지, 제주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11월 중순 제주~칭다오 항로도 영향평가 대상이라고 알렸지만, 도는 이때도 연내 개설 가능성을 거두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당시에는 영향평가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우한~강구~부산 항로 개설 동의도 지난달에야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로선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영향평가는 민원처럼 법률상 정해진 처리 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부산 사례를 보면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절차가 지연되는 것도 아니고, 지연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제주~칭다오 항로가 개설되면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어 물류비 42%를 절감하고 운송 시간도 2일가량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칭다오에서는 제주삼다수·용암해수 페트병 원료가 제주로 주로 수출되고, 제주에선 용암수가 주로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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