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훈 제주지사가 6일 도청 소통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제주도청) 담당 과장이 해양수산부 측과 협의해왔고, 그 과정에서 (제주~칭다오 컨테이너 항로 개설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갑자기 그 시점(항로 개설 신청 시점)에서 (해수부)담당 국장 입장이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 (왜 돌연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수부에도 해줬으면 좋겠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6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로 예상했던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그달 준비한 입항 행사가 연기된 책임 등이 '입장을 바꾼' 해수부에 있다며 다시 한번 정부를 겨냥했다.
오 지사의 이날 발언은 항로 개설 허가권을 쥔 해수부가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제주~칭다오 항로에 대해 "영향평가 면제 대상"이라고 했다가, 입항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선 돌연 "필요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당시 협의를 주도한 제주도 담당 공무원이 "중국 선사가 지난해 11월 항로 개설을 신청한 후 해수부는 영향평가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오 지사 발언은 하루도 안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해부터 해수부와의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협의를 담당하고 있는 A서기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수부가 제주~칭다오 항로에 대해 영향평가 면제 대상이라고 알린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영향평가는 (한·중 신규 항로 개설 과정에서 밟아야 할) 일반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영향평가는 항로가 새로 개설될 경우 기존 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각 선사들 물동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절차를 말한다. 컨테이너선은 항만에서 화물을 내린 뒤 자국에 보낼 화물을 싣고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나라 화물선이 신규 취항하면 그동안 우리 쪽 선사들이 담당하던 기존 해외 물동량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어 이런 영향평가를 거친다.
지난 2019년 한·중 해운회담에서 양국이 컨테이너 항로를 우선 개방하기로 합의한 후 이듬해 개설된 평택·중국 항로도 영향평가를 받았다. 또 개설 신청에서부터 허가까지 총 6개월이 소요됐다.
지난해 해수부에 허가를 신청한 한·중 컨테이너 신규 항로는 ▷제주~칭다오 ▷우한~강구~부산 ▷일조~인천 ▷당산~황화~인천 등 모두 4개다. 이 중 우한~강구~부산 항로 신청 시점이 그해 9월25일로 가장 빠르고, 제주~칭다오는 그해 11월8일로 가장 늦었다.
해수부는 4개 항로 중 신청시점이 가장 빠른 우한~강구~부산 항로 개설을 먼저 동의했다. 동의 시점은 올해 1월 24일로, 최종 개설 허가를 앞두고 있다.
부산 항로의 경우 신청에서부터 우리 측 정부 동의까지만 총 4개월이 걸렸다. 부산 사례를 비춰보면 산술적으로 제주~칭다오 항로는 최소 올해 3월 중순 이후에나 개설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주항 전경. 한라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제주도는 지난해 12월쯤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제주항에 통관장과 보세구역을 설치한 뒤 그달 20일에는 입항 행사까지 준비했다.
또 도내 하역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옮길 크레인을 제주항에 배치했다. 그러나 정작 배가 오지 못하면서 크레인은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 제주도는 크레인 운영 비용으로 매달 약 1억2000만원씩 총 13여억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연내 개설 허가를 낙관했던 이유는 제주~칭다오 항로가 영향평가 제외 대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같이 판단한 이유로 지난해 6월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선사 대표자 모임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가 "면제 대상일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한 점, 지난해 9월 한·중 해운회담 합의 사항에 '기존 항로와 신규 항로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A서기관은 "지난해 9월 한중 회담 합의 문구에 '기존 항로와 신규 항로 분리' 내용이 있었지만 여기에도 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식의 조항은 없었다"며 "다만 해수부가 그동안 영향평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10월쯤 처음으로 필요하다고 우리 측에 알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해운회담 합의 사항에 대한 해석 권한은 해수부에 있고, 또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우리로선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오 지사가 황해정기선사협의회 의견을 해수부 의견으로 착각해 정부 입장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있다.
A서기관은 "지난해 10월 오 지사에게 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해운 전문가들이 영향평가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전문가들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제주~칭다오 항로 연내 개설이 무산되자 당시에도 오 지사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지자체가 선사를 유치하고 노력했는데 (정부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해수부를 직격했다.
반면 해수부는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절차는 지연되는 것도 아니고, 지연할 이유도 없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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