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이분도체 반입 허용 뱐대 기자회견.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도의 다른 시도산 이분도체(二分屠體) 돼지고기 반입 허용 정책이 다시 기로에 섰다. 이분도체 돼지고기를 통해 제주에 일부 가축전염병이 전파될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분도체란 도축 후 머리와 내장 등을 떼어내고 남은 몸체를 목 부위에서 꼬리까지 반으로 갈라 두 개로 분리한 것을 말한다.
8일 본보가 입수한 '반입돼지 생산물 위험성 평가연구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이분도체 돼지고기를 통해 도내로 돼지열병 백신주가 전파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이분도체 돼지고기 반입 허용 조치가 도내 가축 방역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하기 위해 경북대에 올해 4월부터 11월30일까지 연구 용역을 맡겼다.
그동안 도내 양돈업계는 가공공장을 거쳐 진공 포장한 포장육과 달리 이분도체 돼지고기는 도축된 뒤 바로 유통돼 상대적으로 방역에 취약하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한 때 양돈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2022년 타 시도산 이분도체 반입을 금지했지만 지난해 3월 법상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이 정책을 2년 만에 철회했다. 다만 이분도체는 올해 6월 정부의 구제역 심각 단계 발령에 따른 방역 강화로 제주로 반입하는 것이 다시 금지된 상태지만 앞으로 정부 조치가 해제되면 다시 시행될 가능성은 있다.
연구진은 이번 용역에서 이분도체 반입으로 인한 돼지열병, 생식기호흡증후군, 써코바이러스 등 7가지 전염병에 대한 전파 위험성을 분석했다.
분석 방식은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정량 검사와 현재 시행 중인 방역 정책 등을 토대로 이들 전염병이 장래에 도내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지 추정하는 정성 평가 등 두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시료 검사 결과 타 시도산 이분도체 256개 중 3개에서 생식기호흡증후군 바이러스가, 16개에선 써코바이러스가 각각 검출됐다. 그러나 두 가축전염병은 이미 도내에서 계속 발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분도체 반입 허용 정책으로 인해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어 위험성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돼지열병(CSF) 생독 백신으로 인한 전파 위험성이다. CSF는 발생시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도는 제주산 돼지의 해외 수출을 위해 이 병에 걸린 돼지뿐만 아니라 항체가 형성된 돼지까지 발생하지 않는 'CSF 청정화 지역'을 십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CSF 항체는 이른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병원성 바이러스(항원)에 감염했거나, 예방 백신을 접종했을 때 등 두 가지 경로로 형성되는데 지난 2019년 정부 역학조사 결과 CSF 생독백신을 맞은 돼지를 통해서도 해당 바이러스가 일부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는 이 때문에 CSF 생독백신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진은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생독백신을 맞고 있어 이분도체 반입을 허용하면 이로 인해 해당 바이러스가 도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용역진은 올해 도내에 반입된 이분도체에서 생독백신이 검출된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용역진은 이분도체를 통한 백신주 유입 문제는 국가 접종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어 도 방역당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방역 대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을 뿐 이분도체 반입 허용 정책 폐지에 힘을 싣는 의견이다.
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이분도체 반입 허용 정책에 대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방역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분도체 반입을 계속 허용할지, 금지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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