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서귀포시민의 집단 기억의 힘 지켜야"

"60년대 서귀포시민의 집단 기억의 힘 지켜야"
제주 건축 3단체, 12일 '2025 제주건축포럼' 개최
옛 서귀포관광극장 철거에 대한 다양한 의견 밝혀
"도시, 낡으면 없애면서 골목·기억·이야기 잃어"
  • 입력 : 2025. 12.12(금) 22:41  수정 : 2025. 12. 12(금) 22:57
  • 문미숙기자 ms@ihall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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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귀포삼다종합복지관에서 '2025 제주건축포럼'이 열렸다. 문미숙기자

[한라일보] 지난 9월 서귀포시가 안전상의 이유로 외벽 일부를 철거한 옛 서귀포관광극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치 있는 제주 근현대 건축물 보존을 위한 민간 중심의 심의위원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건축사협회 제주도건축사회,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 등 건축 3단체가 공동 주최한 '2025 제주건축포럼'이 12일 서귀포삼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렸다. 포럼의 주제는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제주 근·현대 건축의 보존과 활용에 대하여'인데, 발표자들은 서귀포관광극장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공연 연출가 탁현민 국립목표대 특임교수는 '사소한 추억의 힘' 주제 발표에서 "오늘 관광극장 현장을 보니 이런 일들이 여기에서 국한되지 않고 되풀이될텐데, 기억을 지우는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를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관광극장은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었다. 당시 돈없는 청춘들이 영화를 보고 울고 웃었던 감정과 경험들이 머물던 그릇같던 공간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러 개별적으로 공간에 모인 이들이 집단적 기억을 가지고 흩어지고, 그 기억은 다시 파편화돼 개인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는 기억의 힘은 어떤 건축이나 유산의 힘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념관과 전시관의 확장을 위해 서귀포관광극장이 철거될 운영에 처한 게 대단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도시의 역사는 상당히 빠르고 교체돼 왔다. 낡으면 없애면서 발전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골목, 기억, 도시의 이야기를 잃었다"며 "이제는 충분히 먹고 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는 그 성장의 결과들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기억을 지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60년 된 건물을 유산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는 무너뜨리며 이런 건물들을 지켜야 할 기준과 이유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도시의 역사적 건축물을 허물려면 까다로운 심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법을 예로 들기도 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산으로서의 근현대건축의 보존과 활용' 주제 발표에서 근현대건축의 보전과 조성, 활용을 통해 주민과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삶의 공간을 유지하는 '일상성'과 지역의 역사·문화의 가치 존중 위에 합리적 보전과 개발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고유의 환경이 연계되는 '지역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건축자산의 기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63년 10월 서귀포관광극장 개관 당시 지역신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며 "집단 기억의 공간이자 최근까지 지붕없는 공연장으로 이름을 알려온 근대 건축물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잃고 철거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다영(CAC 공동 디렉터), 손진(이손건축 대표), 양성필(아키제주 건축사사무소 대표)씨의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2025 제주건축포럼'에서 건축 3단체는 서귀포관광극장 보존과 활용을 위해 서귀포시에 제시한 4가지 안과 모형도 선보였다.



이날 건축 3단체는 서귀포관광극장 보존과 활용을 위해 최근 서귀포시에 제시한 4가지 안과 모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4가지 안은 구조 보강·원형 복원안에서부터 외벽을 남기고 내부를 철골로 재구성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안 등이다.

한편 서귀포시는 조만간 건축·문화유산 전문가, 문화예술계, 지역주민 등 10명이 참여하는 추진협의체를 꾸려 회의를 열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앞으로 활용 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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