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서울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도 좋은 학원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부모는 모든 희생을 감수한다. 배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남보다 농업기술이 뛰어나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구구단을 모르고 장사를 할 수 없듯이 토양, 비료, 병해충, 재배, 전정, 품종을 모르고 남보다 높은 품질,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육지부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 교육에 열심이다. 연초에는 센터마다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을 실시한다. 여러 작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전체적인 농업기술과 관련된 새해맞이 교육을 한다.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이 끝나면 농업인이 원하는 교육을 파악해 작물별로 '품목교육'을 한다. 잎·열매·뿌리 채소, 사과, 감, 복숭아, 만감류 등 품목별 품질, 생산량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농업기술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년에 50~100회 정도 교육한다. 품목별로 일주일 내내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에 가장 열심인 지자체 중 하나가 전라북도다. 전북은 농업기술원, 기술센터와는 별도로 15년 전에 '농식품인력개발원'을 설립하고 4층 건물에서 쉬지 않고 여러 교육을 진행한다.
농업기술센터마다 경쟁적으로 교육한다. 유권자인 농업인이 이웃 지자체에 비해 교육을 적게 하는 시장, 군수를 선택할 리 없다.
강사 평가도 엄격하다. 교육 후에는 강의평가를 하기 때문에 강의하는 사람도 열심히 준비하고 점점 좋은 강의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제주는 언제부터인가 농업인 교육이 줄어들고 강사도 신규 지도사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품목별 교육보다는 감귤, 아열대 작물, 채소 등 여러 작물 재배 농가를 한 번에 모아놓고 교육한다.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 아픈 치아를 정형외과 의사가 고칠 수는 없다. 치과의사에게 간암수술을 맡길 수도 없다. 의과대학만 갓 졸업한 일반 의사와 경험 많은 전문의의 의술 차이는 크다.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토양·비료는 토양·비료 전문가가, 병해충은 병해충 전문가가 교육해야 한다. 한 사람이 모두 강의하면 엉터리 정보를 알려주기 쉽다. 잘 못된 정보는 모르는 것보다 못하다. 틀린 정보는 농업인을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귀동냥 농법이 판을 치게 만든다.
비료를 앞에 놓고도 품질 높이는 비료를 고르지 못하면 비료 까막눈이다. 농약을 보면서도 어떤 병해충 방제에 효과 좋은지를 모르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눈 뜬 봉사다. 교육을 통해 서만 알 수 있는 지식이다.
구구단을 모르면 계산할 줄을 모르고 바가지를 써도 모른다. 농업기술의 문맹(文盲)은 절대로 매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한다. 최고의 농산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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