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이 3년 만에 7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도 80만여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크루즈 특성상 기항 시간 8시간 중에 2~3시간 입국 수속을 빼면 5~6시간 밖에 제주를 경험할 시간이 없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무색취미(無色臭味)'한 관광 소비 패턴이라는 소비의 폐쇄성과 단조로움이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시간 대부분은 여행사가 지정한 특정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에 집중돼 짧은 시간 내에 '관광리스트'를 지우듯 이동하며, 제주만의 독특한 지역 문화를 경험하거나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낙수효과는 미미하며, 관광객들에게 제주는 '스쳐가는 경유지' 이상의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크루즈 기항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이 문제를 '로컬 콘텐츠의 시각화'로 풀어냈다. 단순한 쇼핑 안내가 아닌, 항구에서 시내까지 이어지는 동선에 바르셀로나 특유의 예술적 색채와 가우디의 디자인 요소를 녹여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크루즈 관광객이 지역 장인들의 공방을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장인 루트(Artisan Route)' 브랜딩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켰다. 이는 관광객에게는 '진짜 베네치아'를 경험했다는 만족감을 주고, 지역 사회에는 실질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문화적 솔루션이 되었다.
하루 1만명 크루즈 여행객을 목표로, 짧은 시간 제주스러움을 체험할 수 있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과 콘텐츠가 준비돼야 한다. 예를 들자면, 크루즈 내에서 미리 제주의 자연과 로컬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해, 하선 후의 무의미한 이동 시간을 '목적 있는 탐험'으로 전환하고, 여객선이 부두에 접안할 때부터 웰컴 이벤트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입국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제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입국 후 여행객들의 이동을 감성적 동선 디자인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제주의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이 동선 안에는 '로컬 팝업스토어' 제주 지역 작가와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를 제공해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가치'를 디자인적으로 강조한 패키지와 체험을 통해 관광객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브랜딩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에 더해 관광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성공 전략이다. 제주는 이제 '스쳐가는 여행지'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주만의 고유한 생활과 문화를 소비하게 만드는 '로컬 컬쳐 브랜딩'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크루즈 여행객들이 제주에 머무는 6~8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다시 오고 싶어질 때, 제주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현창석 브랜드101 대표이사·브랜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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