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역경제가 어려울수록 행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행정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새로운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금, 도민들이 기대하는 것도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 활력, 그리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의 변화일 것이다.
오늘날 지역의 경쟁력은 천혜의 자연환경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인지, 행정이 얼마나 신속하고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역 간 경쟁은 이제 행정 경쟁이자 투자 유치 경쟁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행정통합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충청권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산도 글로벌허브도시 조성과 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을 연계한 대규모 투자 유치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와 청정환경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환경과 기업 체감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부서 간 협의 지연, 반복되는 심의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업은 지원 규모보다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행정이 늦어질수록 투자 비용은 증가하고 기업은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는 민간투자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앞으로 제주가 관광 중심 산업구조를 넘어 에너지, 디지털, 우주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속하고 신뢰받는 행정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 혁신은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환경 보전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절차와 중복 행정을 줄여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행정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의 속도는 기업의 투자 속도이고, 행정의 신뢰는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결정하는 경쟁력이다.
제주도는 민선 9기 핵심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첫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최근 BRT와 트램 등 교통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교통항공국과, 유수율 제고를 비롯한 도시기반시설의 설치·관리 역량이 중요한 상하수도본부는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핵심 부서다. 이러한 핵심 부서인 교통항공국장과 상하수도본부장에는 현장 경험과 전문 기술능력을 갖춘 기술직 공무원을 적극 발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은 물론 책임행정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새로운 도정의 성공은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에서 시작된다. 민원이 더 신속하게 처리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며, 청년들이 제주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행정 혁신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김기춘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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