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최근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을 기념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도의 성과보다 한계와 과제가 주로 제시됐다. 준 연방제 수준의 고도 자치권이라는 비전과 특례 나열식 입법 구조와 재정 분권의 한계 등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특별자치 20년을 맞이한 지금 도민의 삶과 제주의 환경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권한 이양과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과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훼손과 도민의 삶의 질 변화 역시 앞선 평가와 다르지 않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해 왔지만, 실상은 개발 중심의 정책으로 환경 갈등이 빈번했다.
제주특별법은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국제자유도시 완성을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 규정했다. 국제자유도시란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된 지역으로 정의한다. 이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규제 완화와 시장 자유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여기에 제주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 환경보전의 가치는 없다.
자본주의 경제는 끊임없는 성장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은 착취·수탈되기 마련이다. 2010년을 전후로 저비용항공사의 제주노선 취항이 늘면서 관광객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열리고, 더 많은 자본투자와 신규 관광개발이 추진됐다. 마을공동목장이 대규모 자본에 팔려 골프장, 리조트 개발이 시작되고, 100만 평이 넘는 공유지 곶자왈마저 스스럼없이 개발사업자에 넘기는 현실이었다. 중국자본 유치를 위해 직접 중국어로 된 마을 땅 소개 책자를 만들어 중개업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는 수십 개월에서 수개월로 크게 단축하고,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투자자의 편의를 적극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경관심의 등의 절차는 형식적인 통과의례였고, 면죄부였다.
새 도정마다 환경보전을 내세우며, '선보전 후개발', '청정과 공존' 등의 구호를 외치지만 궁색한 포장일뿐 성장과 개발을 우선하는 신개발주의의 길을 고수했다. 각종 인허가 관련 위원회는 개발의 정당성을 위한 수단이었고,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정보 제공 부족과 홍보 미흡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제주의 인구와 경제·재정 규모는 분명히 성장한 것은 맞다. 하지만 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전국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매년 최하위이며, 비정규직 비율은 최상위인 것이 현실이다. 지하수, 경관, 바람 자원 등 공유자원이 사유화되고, 곶자왈과 초지가 사라져 대규모 개발단지가 들어서는 등 제주의 가치를 팔아온 결과이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의 현실에서 개발과 성장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지속가능한 도민의 삶을 우선하고, 생태사회로 전환을 위한 정책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특별자치 20년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질적인 삶을 우선하는 도정으로 가야 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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