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우려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제주에 나타나고 있는 경고등은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닌, 기존 산업구조가 지닌 한계가 드러난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제주지역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하는 침체를 겪었으며, 2026년 1분기 1.7% 증가로 가까스로 반등했으나 전국 평균(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건설업은 9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업 비중이 74%에 달하는 반면 제조업은 3.1%에 불과한 불균형한 산업구조는 외풍에 극도로 취약하여, 관광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되어야 할 청년층의 이탈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4273명의 인구가 순유출되었으며, 특히 20대 순유출률은 3.2%에 달했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청년들을 섬 밖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서 미래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제주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넘어, 섬의 고유 자원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관광과 농업의 고도화 및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
관광 성과는 입도객 수가 아닌 체류 기간, 1인당 지출액, 재방문율을 기준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휴양에 의료·웰니스·워케이션·MICE 등을 결합해 '제값을 내고 오래 머무는 제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농업은 드론과 AI를 활용한 재배면적 예측, 농산물 가공 및 기능성 식품 개발, 공동 물류체계 구축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내야 한다.
둘째, 신산업 간 융합과 '제주형 인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자치도가 추진하는 AI, 에너지, 바이오, 우주산업 등에 대한 투자 계획은 개별 산업에 그치지 않고 연계되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 기관, 기업이 함께 AI·에너지·바이오·우주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채용까지 연결하는 '제주형 인재계약제'와 주거·교육 복지를 병행해 청년을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지원 체계를 '기업 성장 중심'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분산된 창업·R&D·금융·수출 지원을 통합하고, 단순 지원 건수가 아닌 매출, 고용, 도내 조달률 등 실질적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제주테크노파크를 축으로 민·관·학·연이 참여하는 산업 전환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
제주의 청정 자연은 보존해야 할 유산이자 새로운 신산업의 원천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환경자원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드는 정교한 지역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 관광객만 넘쳐나는 섬을 넘어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성장하며 도민의 소득이 높아지는 '산업의 섬'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다. <류성필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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