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심의 문연路에서] 요일별 배출제 폐지, 신중해야 한다

[이경심의 문연路에서] 요일별 배출제 폐지, 신중해야 한다
  • 입력 : 2026. 08.11(화) 01:00
  • 이경심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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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 문화 흔들릴 우려
전면 폐지보다 정교한 개선

배출체계 꼼꼼한 재설계 필요

[한라일보] 제주도가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상시 배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민 불편을 덜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요일별 배출제가 단순히 불편만 초래한 제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 시행 후 8년 이상이 지나며 도민들은 품목별 배출 기준을 익혀 왔고, 생활 속 분리배출 문화도 상당 부분 정착됐다.

특히 요일별 배출제는 재활용도움센터와 연계해 쓰레기 배출·처리 시스템을 혁신한 정책으로 2019년 국정목표 실천 우수 지자체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도 모든 쓰레기 배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가연성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는 매일 배출되고 있으며, 캔·고철·병·스티로폼 등 일부 재활용품도 제도 개선을 거쳐 매일 배출되고 있다. 종이·플라스틱·비닐류를 지정 요일에 배출하도록 한 것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재활용품 혼합 배출을 줄이고 선별·수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 장치다. 도민 편의를 높이는 방향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 장치를 모두 풀어 상시 배출로 전환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요일별 배출제는 '탄소중립 제주'를 위한 생활 속 실천 장치라는 점을 봐야 한다. 품목별로 나눠 배출하면 재활용품 오염과 혼합 배출을 줄이고, 선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소각·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순환으로 이어진다. 더 적게 버리고, 더 제대로 분리하고, 다시 자원으로 쓰는 구조야말로 탄소중립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반면 상시 배출은 편리해 보이지만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배출 억제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어렵게 쌓아온 분리배출 문화가 흔들리고, 배출량 증가와 수거·처리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배출만이 아니다. 배출량이 늘어나면 수거통, 수거 인력, 청소 차량, 관리 인력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행정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선별장 처리 용량, 매립량 증가 가능성, 관광객 발생 쓰레기 대책도 따져야 한다. 종이·플라스틱·비닐류가 뒤섞여 배출될 경우 재활용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선별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전면 폐지가 아니라 정교한 제도 개선이다. 배출 품목을 단순화할 것인지, 수거 체계를 보강할 것인지, 지역별로 다른 방식을 적용할 것인지부터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

"실험은 행정의 이름으로 하지만 그 불편은 주민이 감당한다." 시범사업을 하더라도 시범지역 선정 기준, 수거·처리 대책, 예산 추계, 주민 설명과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다. 도민 편의와 환경 관리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탄소중립 제주에 효과적인 분리배출 원칙을 지키면서, 제주 실정에 맞는 더 꼼꼼하고 세밀한 배출체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이경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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