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에서는 자동차 100대 중 10대만 깜빡이를 켜는 것 같다." 과거 제주를 찾았던 관광객들이 이구동성 하던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많은 운전자에게 방향지시등을 켜는 일은 번거로운 일인 듯하다.
외지인의 눈에 비친 제주의 도로는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무법지대에 가깝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버스나 택시마저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끼어들고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방향지시등은 도로 위 운전자들이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대화 수단이자 최소한의 안전 약속이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변 차량에 미리 알려 충돌 사고를 막는 핵심 장치다. 그러나 "매일 다니는 길인데", "내 뒤에 차도 없는데"라는 생각으로 깜빡이를 생략하는 습관이 몸에 밴 듯하다. 여기에 렌터카 운전자들의 급작스러운 차선 변경까지 뒤엉키면서 제주의 도로는 늘 위험을 안고 있다.
회전교차로가 늘면서 깜빡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운전 습관은 결국 큰 사고로 돌아올 수 있다. 방향지시등 미점등은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법 행위다.
제주의 품격은 자연경관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성숙한 교통 문화가 뒷받침될 때 진정한 명품 도시가 된다. 내가 먼저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깜빡이를 켜는 작은 실천이 안전한 제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곽대주 자연환경해설사·산림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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