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건강&생활] 여름 제주, ‘회’ 한 점의 즐거움과 장염의 경계에서

[신재경의 건강&생활] 여름 제주, ‘회’ 한 점의 즐거움과 장염의 경계에서
  • 입력 : 2026. 08.12(수) 02:00  수정 : 2026. 08. 12(수) 07:00
  • 신재경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이어지는 제주의 여름은 바다와 땅의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사계절 바다를 곁에 둔 제주 도민에게 제철 회를 즐기는 것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와 해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다의 '제철 공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난류성 어종의 출현 시기와 어획 양상이 변하고, 육지에서는 애플망고와 바나나, 용과 같은 아열대 작물이 새로운 제주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기후 속에서도 퇴근길 단골 횟집에 들러 갓 잡은 회 한 점을 곁들이는 즐거움은 제주 삶이 주는 여전한 특권이다. 그러나 해수온 상승은 바다 생태계뿐 아니라 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여름철이면 제철 해산물을 즐긴 뒤 복통과 설사, 구토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여름철 어패류 식중독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장염비브리오균이다. 바닷물에 존재하는 이 균은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 활발하게 증식하며, 오염된 어패류를 날것으로 섭취하면 복통과 설사·구토·발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만성 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비브리오패혈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생선 내장에 주로 기생하는 고래회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어획 후 유충이 근육으로 이동할 수 있어 직접 잡은 생선은 빨리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제주 도민이라고 해서 여름철 장염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포구에서 회를 포장해 집으로 가져오는 동안 차량이나 야외에서 상온에 오래 노출되거나, 손질 과정에서 칼과 도마를 통해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방금 잡은 생선이니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금물이다. 아무리 신선한 생선이라도 보관·손질이 적절하지 않으면 식중독 위험은 커진다.

안전하게 회를 즐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포장한 회는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하고 이동할 때는 보냉백과 아이스팩을 이용해 저온을 유지한다. 생선을 직접 손질한다면 흐르는 수돗물로 충분히 세척하고 칼과 도마도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만성 간질환 등 비브리오 감염 고위험군은 여름철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지 않고 충분히 가열해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회를 먹은 뒤 구토와 설사, 복통이 시작됐다면 수분과 전해질을 조금씩 자주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장염은 호전되지만, 고열이나 혈변, 심한 복통, 지속적인 구토 또는 소변량 감소와 같은 탈수 증상이 있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고열이나 혈변이 동반된 설사에서는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충수염이나 담낭염, 췌장염 등도 처음에는 장염과 비슷하게 시작할 수 있어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필요하다.

기후가 변해도 제철 해산물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제주에 사는 큰 행복이다. 다만 바다가 따뜻해진 만큼 여름철에는 신선도와 보관 온도, 손 위생이라는 기본 원칙이 더욱 중요해졌다. 몇 가지 수칙만 잘 지킨다면 변화하는 제주 바다가 선물하는 제철의 맛을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신재경 365플러스내과의원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5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