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8월 12일 오후 2시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시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 관련 주민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한 사람의 예술인이자 당시 해변공연장 개관 기념 초대전 참여 작가로서 오랫동안 제주시 원도심에서 살아온 주민으로서 공청회를 지켜보며 여러 생각과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사업은 공식적으로 '제주시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계획(안)'이며, '글로벌 창조관문, 리-크리에이티브(RE-Creative) 제주혁신 플랫폼'을 조성한다는 구상입니다. 해변공연장과 공영주차장 일대 1만3578㎡를 대상으로 청년·로컬기업 업무공간, K-콘텐츠 복합문화공간, 실내·외 공연장 등을 조성하고, 사업 기간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로 계획돼 있습니다.
저는 개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청회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꼭 지금의 탑동해변공연장을 전면 철거해야 하는가?"
탑동 해변공연장은 단순히 30년 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닙니다. 1995년 탑동 매립과 함께 문을 연 이후 제주국제관악제를 비롯한 국내외 행사와 시민들의 수많은 공연이 열렸고, 30년 넘게 제주도민의 기억과 시간을 품어온 원도심의 문화공간입니다.
더욱이 공청회에서 확인한 기존 해변공연장의 안전진단 결과는 B등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30년 됐다는 이유만으로 철거가 우선이어야 합니까?
염분에 따른 철근 부식이나 콘크리트 열화 등 실제 구조적 문제를 정밀하게 조사한 뒤 ① 보수·보강 및 리모델링, ② 필요한 부분만 철거한 뒤 증·개축, ③ 전면 철거 후 신축이라는 여러 대안을 놓고 사업비와 안전성, 유지관리비, 탄소배출, 해안경관, 공공성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두 번째는 재정 문제입니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총사업비는 약 2500억 원입니다. 그러나 국가시범지구로 최종 지정됐을 때 지원되는 국비는 최대 250억 원, 전체 사업비의 10% 수준입니다. 공청회에서도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와 국비 규모를 놓고 사업 규모와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도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차입이나 융자가 포함된다면 이자와 원금은 누가 갚는지, 완공 이후 해마다 발생할 운영비와 유지관리비는 누가 부담하는지, 제주도가 직접 운영할지, 제주개발공사 또는 다른 공공기관이 맡을지, 민간에 위탁할지까지 명확해야 합니다. 건물을 짓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수십 년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묻고 싶은 것은 새롭게 제시된 공간들이 왜 반드시 이 자리에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청년 창업공간, 기업 업무시설, K-콘텐츠와 미디어 관련 공간, 실내공연장 등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에도 산업·상업·문화·관광·여가 기능을 집약한 복합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과 반드시 탑동해변공연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문화예술인들에게도 반드시 새로운 대형 건물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공연장이 부족해서 공연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기회와 지속적인 문화예술 지원정책이 부족한 것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건물을 짓는 것보다 그 안에서 무엇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탑동은 단순한 개발부지가 아닙니다. 매립 이전의 제주 해안 원형에 대한 기억과, 매립 이후 변화한 도시의 모습, 원도심의 성장과 쇠퇴, 그리고 수많은 공연과 시민들의 시간이 겹쳐 있는 장소입니다.
탑동은 제주 원형의 상징이며, 제주사람들의 기억이 모이는 구심점입니다. 도시의 전통과 장소성은 돈을 들여 새로 만든다고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쌓이고 사람이 오가고, 그곳에서 수많은 기억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도시의 문화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공청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혁신은 낡은 것을 모두 허무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기존 공간이 가진 역사와 기억을 살리고, 고치고 보완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더하는 것 역시 훌륭한 혁신입니다.
공청회 또한 이미 만들어진 계획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철거와 신축을 전제로 한 뒤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철거해야 하는지부터 주민과 전문가에게 물어야 진정한 공론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제주도와 관계기관에 묻고 싶습니다. 왜 전면 철거여야 합니까? 왜 2500억 원이어야 합니까? 국비 250억 원을 제외한 재원과 향후 운영비는 누가 책임집니까? 그리고 이 개발을 통해 제주도민에게 30년, 50년 후 무엇을 남길 것입니까?
저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하고 크게 새로 짓는 것'을 혁신이라고 단정하는 방식입니다.
"얼마나 크게 지을 것인가"보다 먼저 "이 공간을 제주도민에게 어떤 공공자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개발이라면, 결국 건물은 현 세대가 짓고 그 비용과 관리책임은 미래 세대에게 남기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탑동 해변공연장은 철거부터 결정할 곳이 아닙니다. 무엇을 없앨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부터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하석홍 화가·설치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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