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밥값 하기와 주인의식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밥값 하기와 주인의식
  • 입력 : 2026. 08.19(수) 02:00  수정 : 2026. 08. 19(수) 05:42
  • 이종실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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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밥'은 정이 많이 묻은 말이다. "밥은 먹었느냐?" 하는 인사가 반갑고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빈말인 줄 알면서도 고맙다. '밥벌이'에서의 밥은 생계비이고, 밥상에는 밥 말고도 국과 여러 반찬들이 함께 오른다. '밥맛'은 좋아도 사용에는 조심해야겠다. '됨됨이가 눈에 거슬리고 밉살맞아 상대할 마음이 없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니 말이다. 밥값은 밥을 먹은 값 외에 그만큼의 일이나 대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밥값(을) 하다'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책무를 잘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밥값 하기는 당연하게 주어진 제 역할을 하는 일이다. 가정이 따뜻한 분위기에서 자녀를 바르게 양육하는 일, 학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 직장과 회사가 직원들이 잘 근무할 수 있게 돕고 자체적으로도 목표를 달성하는 일, 지방 행정이 시민의 안전한 일상생활과 복리를 위해 제도와 법령을 잘 시행하는 일 등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과 교통과 사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소식을 자주 접한다. 이런 사건ㆍ사고는 그 분야의 어느 단계에서 누군가가 제 역할을 제대로 아니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이 문명사회에서 천재지변 외에 불가항력적일 게 무엇인가. 그래서 이런 일들을 인재라고 부른다.

우리가 속한 이 사회는 유기체로서, 그 건강성과 성패는 내부 공동체들과 구성원들의 '밥값 하기'에 달렸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거대한 기계라 할지라도 나사 하나가 헐겁거나 톱니바퀴들이 서로 틀어지면 제구실을 할 수 없다. 작은 부속품 하나가 전체의 기능과 역할에 영향을 준다. 이게 유기체의 특성이다. 지역사회는 자신을 포함하여 날줄 씨줄로 여러 유기적인 조직과 단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동체들은 각기 또다시 단체와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유기적 체계에서 개인과 단위 조직의 역할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다시 그들에게 되돌아온다. 주역이든 조역이든 그것이 하는 밥값이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다.

공동체가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대표와 회원들이 반드시 주인의식을 지녀야 한다. 수장이 감투나 사익을 탐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묵인하는 단체는 건강하지 않다. 으뜸인 자가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랫사람들의 '용비어천가'에 심취하여 본분을 잊는다면 이곳도 존재의 가치가 적다. 멤버들이 자기를 과시하고 서로를 추켜세우면서 '도토리 키 자랑하기'가 주를 이루는 그룹은 친목 모임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단체를 바로 세우고 제구실을 잘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역량에다 주인의식을 더해야만 한다. 주인의식은 책임감과 사명감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공익을 체화하고 그 실현에 정성을 쏟는 거다. 열정과 헌신이 없이 명리만 누린다면 그는 밥만 축내며 본분을 그르치고 있다. 이때는 그가 누구든 '밥맛'이라는 평가가 딸릴 수 있으니 이를 명심해야 하겠다. <이종실 수필가·시인·한우리 연구소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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