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평창에서 지핀 평화의 불꽃을 제주에서

[정구철의 월요논단] 평창에서 지핀 평화의 불꽃을 제주에서
  • 입력 : 2018. 04.23(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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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새로운 시작' 이번 남과 북 정상회담의 표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화해의 모드가 급진전되고 있다. 우리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북한이라는 변수로 인해 반쪽 올림픽 또는 사상 최대 적자 올림픽이 돼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했으나 전격적으로 북한이 참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깊게 각인시킬 수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이익을 남기며 민족적 대 행사로 치러냈고, 반세기 넘도록 싸늘하게 대처해오던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이 계기와 평화적 교류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화해와 평화의 올림픽으로 근대 스포츠와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미 남측 예술 공연단과 태권도 시범단이 북한을 방문했고 오는 가을에는 북한 측에서 답방 형식으로 남한을 찾게 될 듯하다. 획기적인 것은 오는 27일에는 남과 북 정상이 만날 예정이다.

"스포츠는 정치적 우파다" 라는 표현이 있다. 오래 전부터 스포츠는 정치의 좋은 파트너로서 이용돼 왔기에 이런 표현을 딱히 부정할 수도 없다. 역사시대에는 스파르타와 로마가 정치적 목적으로 스포츠를 이용했고 우리나라 역시 고려시대 전 기간 동안 격구라는 폴로 스포츠가 군사적 목적과, 볼거리 제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근대사에서는 독일 나찌의 히틀러가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이후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스포츠는 정치와 체제 선전을 위한 매력적인 도구로 이용해왔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스포츠는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전 세계가 좌우 냉전 상태가 지속되던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시작하며 냉전 체재를 붕괴시키고 전 세계적 평화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스포츠를 통한 화해의 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일이다. 흑인 인권 운동을 이유로 27년간 감옥에 수감됐던 그가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돼어 유색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인종간 화해 정책을 펴며 "스포츠는 인종 갈등에 있어서 어떤 정부나 체제보다도 강력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역시 경직된 남북 관계를 풀어 갈 때 마다 어김없이 스포츠를 이용해 왔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개최됐던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 남과 북 단일팀이 여자 복식 경기에서 우승했던 감동적인 사건을 주제로 'KOREA'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 북한 선수, 임원들이 공동 입장하며 잠깐 동안이지만 화해의 분위기를 유지하기도 했다.

스포츠는 울림이 크다. 전 세계와 우리 민족 전체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난 몇 차례 경우와 같이 큰 실망만 남기고 끝내지 말고 더 이상 제압해야 할 적이 아닌 동반 성장과 민족 정체성을 회복해야할 상대로서 대치 상태를 끝내는 획기적인 결과를 기대해 본다. 평화의 섬을 지향하고 있는 제주는 그동안 한민족 돕기 차원에서 귤보내기 운동을 해왔다. 이제 부터는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서 스포츠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 예술분야의 교류에 있어서도 선봉에 나설 수 있길 바라며 또한 북, 미 정상간 만남의 장소로 선정될 수 있다면 우리 제주도는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 시키게 될 것이다. 아무 쪼록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평화 새로운 시작'노력이 반드시 성공하길 기대한다. <정구철 前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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