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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제주정체성 변질 우려에 대한 소고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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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제주에서는 제2공항이 핫 이슈다. 제2공항이 그대로 진전된다면 수산봉 언저리부터 탐라의 신화가 묻어 있는 온평리까지 최고속 이동수단인 비행기와 활주로가 시야에 펼쳐질 것이다. 어쩌면 교통수단의 확장으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희망도 있으나, 오랜 역사를 품은 주변마을까지 기억 속으로 묻혀 질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성산읍 오조리 마을은 제2공항 건설 계획에서 간신히 빗겨갔다. 세계유산마을인 성산리와 갑문교를 통해 직접 연결되어 올레 1코스와 2코스를 함께하는 마을이지만 지금까지 과거의 옛길이 그대로 살아있고, 해안변을 따라 보이는 우도와 일출봉이 일품인 지역이다. 오조리 안길을 걸어보면 멋진 카페가 있거나 딱히 역사적으로 특이한 사건이 있었던 곳도 아니다. 그냥 어릴적 보았던 마을 안길이다. 그렇지만 식산봉 상록활엽수림 사이로 보이는 한라산과 마주한 아름다운 동해바다 풍경과 내수면 안으로 들어오는 맑고 얕은 바닷물로 인해 철새들이 항상 사람보다 먼저 다녀간다. 여행객 역시 뒤질세라 제주의 옛길을 보고 자연을 느끼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초기에는 바로 옆 마을인 고성리에 옛정의현성이 있었다. 태종 16년(1416)에 제주도안무사 오식이 제주 3읍을 나눈 이후 세종 5년(1423) 성읍으로 이전할 때까지 오조리는 옛 정의현성의 앞바다를 감싼 안아 수전소가 설치된 중요한 관방지역이었다.

오조리가 있는 앞바다는 사찬읍지나 조선왕조실록에서 보이듯이 왜적의 침입이 유난히 잦았다. 이 때문에 결국 정의현성을 7년 만에 성읍에게 내줬다. 조선후기에는 왜적뿐만이 아니라 이양선까지 우도 앞바다에 정박하여 연안선을 측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제주목사 권직은 군사를 동원해 우도에 환해장성을 신축했다는 기록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지리적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된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을 빗기면서 평온하게 정좌해 있는 동네 사랑방인 퐁낭 그늘과 오래된 돌담들 사이로 옛 정취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2015년 정부는 성산지역에 1639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제2공항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제주도정은 주변지역에 에어시티 건설을 호언했고, 지금은 "주변지역 발전 기본계획 수립"이란 건설적 용어로 바뀌어 용역 시행 중이다. 그러나 포화된 제주공항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요구된 제2공항 때문에 사라져버리는 마을과 그에 편승하여 급속히 변질해버리는 주변마을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익히 예견된 것이다. 공항예정지 바로 옆 마을인 오조리 역시 안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다정다감하고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의 공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현재 제주도정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사업으로 인한 주변지역 발전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도시개발과 도시계획, 택지개발이 전제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주대책, 지역경제라는 명분에 우선한 나머지 지역정체성은 배제된 제주답지 않은 제주를 만들까 우려된다. 지역 문화의 가치가 지역경제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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