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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은밀하지만 위대하게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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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시작, 영화 허스토리(HERSTORY)는 히스토리에 획 하나를 더 그어 '허스토리'라고 쓴다. 관부재판이 모티브다. 일본 재판부와 맞선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피맺힌 증언을 기록한다. 오랜 시간 쌓인 한과 가슴앓이를 풀어내고 돌아오는 길, 노래라고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일본군가가 애달프다. 조선의 소녀가 거기 있었으므로.

최근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는 '표현의 부자유전'이 중단됐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한 예술의 검열이라니! 쪼잔하고 후진적인 결정으로 표현의 부자유는 선명해지고 오히려 작품의 이미지는 또렷해졌다. 거칠게 잘린 단발머리, 무릎 위에 꼭 쥔 손, 발꿈치 들린 맨발, 왼쪽 어깨에 앉은 새, 소녀상 아래 바닥에 있는 할머니 모습의 그림자, 옆에 놓인 빈 의자까지. 보이지 않아도 다 보인다.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드러나지 않은 모든 피해자들의 단절과 설움, 분노와 의지까지도 담아 평화의 새 한 마리 어깨에 와 쉬게 하고 아픈 역사와 지금의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임을. 왜? 내 집에 켠 등(燈)을 이웃에서 꺼라 말라 하는가. 수요집회는 1400차 이상 넘겼고 '내가 증거'라고 외치시던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신다. 반성 없이 미래 없다. 강제적이고 조직적인 동원은 없었다고? 자발적으로 당신들은 거기 있겠는가. 그녀들의 이야기는 역사다. 잊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세우고 빈 의자에 나란히 앉을 일이다.

아베정권은 우리법원이 내린 강제징용재판결과에 신뢰관계가 깨졌다며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규제조치로 경제보복 중이다. 우리정부의 대화노력에 듣는 척도 않더니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자 군사기밀정보는 공유하잔다. 슬쩍, 민간교류는 있어야지 않겠냐는 아베와 한국에 후쿠시마 산(産) 수출 안 해도 750만 한국관광객이 와서 먹어준다고 호언장담하고, 취재진의 카메라를 일제라 빙글대며 '노노재팬'을 비웃던 일 외무상. 불매가 곧 식을 거라고 폄훼하고 전형적인 혐한 역사날조방송을 일삼으며 원화를 긁어가던 왜구 회사들. 오만과 뻔뻔함의 극치다. 더 말할 것 없이, 이제와 새삼스럽지만 도처에 들어앉은 일본을 알았으니 어떻게 살지를 정하면 될 일이다. 이제 불매운동은 습관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기해왜란생활백서'에는 불매운동은 이제는 사지 않겠다는 것,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것, 불매상표를 선택하는 것. 불매혼동은 이미 산 것을 욕하는 것, 한국에 오지 말라는 것, 불매상표를 강요하는 것이라 한다. ‘낫 놓고 ABC마트도 모른다’, ‘병 주고 카베진 준다’, ‘사케가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밑 빠진 도시바에 물 붓기’ 등 속담 패러디들이 통쾌하게 한 방이다. 피하지 않고 싸우자니 우리도 코피를 쏟을 수밖에 없어 쓴웃음이 난다. 생업이 달린 이들은 머리까지 깨질 일이라 마냥 좋진 않다. 그래도 불매(不買)뿐 아니라 불매(不賣)까지도 감행하는 미닝아웃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 전 방위적으로 꼼꼼하게 탈(脫)일본하려 한다는 것. 결국 경제적 자립을 하리라는 것. 한국의 '노 재팬'이 일본의 '노 아베'가 되게 하리라는 것. 입술을 앙다문다. 전에 없이 깨알 같은 글씨들을 훑는다. 아! 그러고 보니 이른 봄에 산 핸드믹서도 일제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련다. 나도! 은밀하지만 위대하게.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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