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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의 문화광장] 다시보자, 문화예술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2.18. 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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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문화예술’이라는 유령이. 문화도 모르고 예술도 모르는 얼치기 세력들, 즉 관료 이상으로 관료화하고 있는 문화행정 전문가들과 교육커머셜리즘의 늪에 빠진 대학교수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문화를 섭렵하는 언론인들, 문화라는 외피에 기대어 예술을 파는 문화산업 종사자들과 예술인들은 이 유령을 살찌우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다.

문화산업 비판론이 등장한 20세기 중반 이후 세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문화와 예술은 자본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는 도구로서 더욱 굳건히 제도화하고 하고 있다. 인간사 모든 일이 먹고사니즘에 귀속한다고는 하지만, 문화의 전반과 예술의 궁극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종속하는 상황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좇아가는 현실이 새삼 위험천만해 보인다. 하루이틀의 일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나름 까닭이 있다. ‘문화예술’이라는 개념이 부동의 표상으로 굳어져 사회 전반에 안착하면서 무개념 문화주의 징후가 타나하고 있고, 이 개념에서 파생한 제도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긴 그림자를 남길 것이라는 예후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문화도 예술도 모두 뒤섞여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

잘라서 말하자면, 문화와 예술은 전혀 다른 범주의 개념들이다. 카테고리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레벨의 차이가 있다. 포함관계로 말하자면, 문화는 예술은 포함한다. 다시 말하면 예술은 문화의 여러 카테고리들 중의 하나로서 문화의 하위개념이다. ‘문화는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이라는 인류학적 정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나 경제, 법, 예술, 종교, 과학’ 등을 포괄하는 것이 문화이다. 그런데 문화정치, 문화경제, 문화법, 문화종교 문화과학 등의 말을 잘 쓰지 않으면서 문화예술이라는 말을 개념과 제도의 이름으로 쓰는 것은 어떤 까닭일까? 그것은 문화생산의 가장 직접적인 매개역할을 하는 말과 글, 소리, 몸짓 그리고 그림을 비롯한 시각언어 등의 상징체계를 다루는 모든 일이 예술 영역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딱 여기까지만 문화적으로 유의미하다.

문화를 사유하는 수준 자체가 문제다. 문화는 늘 무언가와 함께 붙어있다. ‘문화+공보’에서 ‘문화+교육’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문화를 체육과 관광과 같은 층위에 놓고, ‘문화체육관광’이라는 기형적인 틀을 만들어 버렸다. 이 대목에서 예술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빠져버린다. 문화라는 상위 범주 아래 체육, 관광과 더불어 예술을 넣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전국에 편재한 국립, 시립, 도립의 ‘문화예술의전당’이나 ‘문화예술회관’을 봐도 같은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을 담는 문화이며 어떻게 하자는 예술인가? 제 역할에 맡게 국립극장, 시립극장, 도립극장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상생활 속에 예술을 꽃피우겠다는 개념의 ‘생활예술’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데, ‘생활문화’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예술은 어렵고 문화는 쉽다‘는 선입관과 고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사전적 의미로 생활문화란 ’삶을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문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이 개념은 예술향유 정책과는 거리가 너무 먼 얘기 아닌가.

문화예술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의 문화 요소들 가운데 예술을 가장 존중하는 개념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문화의 외연을 좁게 만들면서 동시에 예술을 문화일반과 함께 얼버무려서 폄훼하는 위험한 개념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이 텅 빈 강정 같이 실속 없는 허세가 들어있다. 그것은 ‘문화=예술’이라는 등식으로 양자를 하나로 묶어서 문화의 광활한 영역을 축소하고 예술의 가치를 축소하는 절충주의 개념이다. 문화예술이라는 하나의 말 속에 ‘문화는 문화대로, 예술은 예술대로’ 각각 갖춰야할 개념과 제도의 틀을 뭉뚱그려 넣는 신생국가 대한민국. 수천년에 걸쳐 쌓인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나라이지만 예술 정책에 있어서는 아직 미성숙한 수준을 그대로 대러내고 있다. 근대제국의 통치를 받은 지 110년, 독립국가를 수립한지 7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한번쯤, “다시보자, 문화예술”.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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