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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엄마 박완서의 부엌에서 나온 그리운 냄새
호원숙의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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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산문집 '호미'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엄마와 아내로서 살뜰히 가족을 먹이고 챙기면서도, 시대를 감당하고 의연하게 살아온 한 여성이자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였던 박완서. 2011년 1월 세상을 떠난 그의 10주기를 맞아 맏딸 호원숙 작가가 '엄마 박완서의 부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름해서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이다.

호 작가는 어머니가 물려준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엄마의 치맛자락에 늘 희미하게 배어 있던 음식 냄새가 여지껏 자신을 지탱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온한 사랑의 힘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풀어낸 글에는 뭇국, 나박김치, 만두, 민어회, 멘보샤, 비빔국수, 느티떡 등이 등장한다. 엄마 없는 부엌에서 삶을 이어가며 날씨와 계절에 맞는 음식을 정성껏 차려 먹는 일상의 풍경들 속에 박완서 문학이 얼굴을 내민다. 소설 '그 여자네 집', '창밖은 봄', '나목', '그 남자네 집',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등과 산문 '음식 이야기', '운명적 이중성', '한 말씀만 하소서'의 구절을 만날 수 있다. 음식이 아주 중요한 문학적 장치이자 시대상의 반영이었던 박완서의 소설은 그의 부엌에서 길어 올려진 거였는지 모른다.

'만두 타령'엔 '나목'의 구절에서 시작해 참척의 아픔까지 스민다. 호 작가는 엄마가 "어찌 그 몇 달을 지낼 수 있었을까?"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엄마가 만든 만두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고 했던 아들을 잃은 세상에서 "만두 박사가 없는데 무슨 재미로 만두를 하나?"고 하시면서도 그해 연말 엄마는 만두를 빚으셨다.

딸은 어머니의 글을 통해 "살아 있는 동안 더 정성을 들여 음식을 해야지"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말한다. "살아 있음으로 영감이 떠오르고 손을 움직여 다듬고 익혀 맛을 보는 기쁨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세미콜론. 1만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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