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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두 번째 스무고개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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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누구의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유독 내 인상에는 오답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왜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남들과 다른 답을 내놓을까 자책하며 무너져 내릴 때, 네 답이 맞는 거라고 틀린 너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내 편이 있었다. 자주 흔들리고 후회하고 주저앉던 우리의 스무 살 언저리에 '네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고 해도 난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던 흔들림 없던 눈빛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 눈빛 덕에 스무 살의 고개를 넘었다.

2001년 10월 13일 개봉했던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 13일 재개봉했다. 날짜마저 정확히 똑같은 20년 만의 귀환이다. 태희, 혜주, 지영, 비류와 온조까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5명의 친구들이 겪는 스물 언저리의 삶을 세심한 눈길과 온기 어린 손짓으로 담아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대학생이 아닌 여성의 삶을 담아낸 희귀한 청춘 드라마이자 담백하고 단단한 성장 드라마로 오랜 시간 많은 관객들의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영화였다. 인천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다섯 친구의 교차하는 매일과 멀어지는 하루가 담긴 이 영화는 지영(옥지영)이 혜주(이요원)에게 생일 선물로 안겨준 고양이 티티를 연결 고리 삼아 친구라는 역할과 우리라는 관계에 대한 수많은 답안지들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청춘의 공기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영화다. IMF시대 상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택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이토록 정면으로 그려낸 영화는 당시에도 귀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캠퍼스를 벗어난 청춘 드라마가 품게 되는 순간들은 마냥 싱그럽지 만은 않아서 '고양이를 부탁해' 속에는 무너져 내리는 집과 비틀거리는 꿈, 품 안에 가둔 온기와 서릿발 같은 한기가 뛰어들 수 없는 바다, 인천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학창시절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함께 건너온 친구들은 이제 서로가 향하는 방향이 달라져서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던 팔이 뻐근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잡은 손은 놓지 않는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한 혜주도, 물처럼 떠돌고 싶은 태희도 무너져 내리는 천정 아래를 지탱하고 있는 지영도 자신의 방향 앞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망설임과 용기에는 시차가 없음을 깨닫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 속의 엇나간 말들과 빗나간 고백들은 끝내 돌고 돌아 마음이 목표한 목적지에 도착한다. 나는 매번 먼저 전화를 거는 이의 수고도 뒤늦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이의 진심도 그 목적지로 향하는 수신호였음을 20년이 지나 다시 본 영화 속에서 발견했다. 모두가 정답만을 알려주었던 시절, 낯선 모두가 나를 채점하고 있던 기억, 나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친구를 부러워하던 마음 그리고 오답 투성이었던 나를 미워했던 순간들이 전부가 아님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깨닫게 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일렁였다. 스물의 제곱을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나는 세상의 질문들에 정답을 내놓지 못하지만 또 하나의 답을 찾기 위한 스무고개마다 수신호를 건넬 이들의 존재를 믿기로 했다. 물론 나에게 고양이를 건넬 이들을 위해 마음의 자리 또한 안락하게 비워둘 생각이다. '나가도 갈 데도 없는데 뭐'라고 느낀다면 여기에 네 자리가 있다고 단박에 내어줄 그런 튼튼한 편이 되고 싶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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